900회 맞은 위안부 수요집회
“900회까지 오니까 먼저 간 사람들이 생각나. 1000회까지는 안 갔으면 좋으련만….”6년 만의 강추위가 서울을 강타한 13일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9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모인 길원옥(82), 강일출(82) 등 4명의 할머니는 목소리를 높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지만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수요집회를 잊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해 온 서로를 격려하고 앞으로도 꿋꿋이 힘든 싸움을 진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13일 오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900회째 수요집회를 갖고 일본의 공식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1992년 1월8일부터 진행
수요집회는 1992년 1월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만행에 대한 역사교육 시행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1995년 1월 발생한 일본 고베 지진 때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주 진행됐다.
900회 수요집회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40여개 단체가 참가하거나 연대해 힘을 보탰다. 일본 도쿄·후쿠오카·오사카·나고야·교토와 독일의 베를린,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LA·뉴욕에서도 연대집회가 열렸다.
●“국회서도 앞장서줬으면”
윤미향 상임대표는 “앞으로는 일본 정부로 하여금 관련 법을 제정해 배상하고 사과하도록 하는 데 힘을 쏟겠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 국민의 1%인 50만명, 일본 국민의 1%인 100만명, 도합 150만명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캐나다인 안젤라(36)는 “900차 집회는 슬픈 기념일이다.”면서 “아직도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현숙씨도 “여성으로서 할머니들에게 감사한다.”면서 “할머니들 덕분에 여성의 인권이 향상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는 87명의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다. 길 할머니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집회에 직접 찾아와 응원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시민들 덕분으로 늙은 몸이지만 하루하루 지탱해 나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강 할머니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0-01-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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