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용역 환경미화원들의 겨울나기
14일 새벽 3시10분 서울 영등포의 용역 환경미화원 휴게실. 잠깐 서 있기만해도 사지가 오그라들 것 같은 영하 16도의 한파를 뚫고 60대 노인들이 18.9㎡(6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 속속 모여들었다.용역 환경미화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도로에서 ‘1·4 폭설’ 때 쌓여 얼어붙은 눈을 제설도구로 제거하고 있다.
‘1·4 폭설’ 이후 눈 치우는 일은 이들의 일상이 됐다. 폭설 때문에 일은 곱절 이상 늘었다. 평소 인원이 2개조로 나뉘어 24시간 동안 눈을 치웠다. 그렇다고 불만을 쏟아낼 수는 없다. 같은 환경미화원이지만 용역직과 구청 정식 직원과는 여러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구청이 채용한 환경미화원은 휴게실과 샤워실, 탈의실 등이 제공되지만 용역직은 몸을 뉠 수 있는 컨테이너 박스가 전부다.
용역직 환경미화원 임금은 본봉 85만원과 수당을 합쳐 월 120만~130만원. 250만~300만원을 받는 구청 환경미화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돈도 돈이지만 용역직 신분이라 자칫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구청에서 해마다 용역업체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눈에 들려면 조금이라도 쓰레기가 남아서는 안된다. 때문에 청소한 거리를 3~4번 더 돌아다녀야 한다. 구청 환경미화원과 근무시간(오전 4시~오후 3시)은 같지만 근무량은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몸도 힘들지만 일부 주민들의 독설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서모(65)씨는 “아파트 부녀회에서 왜 눈을 치우지 않느냐고 구청에 민원을 넣으면 용역들이 직접 아파트까지 들어가 전부 치워야 한다.”면서 “심지어 한 상인회에서 눈 치우면서 쓰레기를 빨리 치우지 않는다고 구청에 욕설을 해대는 바람에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고된 생활을 참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동료도 있지만 대부분의 용역 환경미화원들은 갈 곳이 없다. 이 게 마지막 일자리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불만을 참고 묵묵히 일할 뿐이다. 한 쓰레기 수거업체 관계자는 “구청 환경미화원 15명이 일하던 구역을 3명의 용역직원이 담당하는 곳도 있다.”며 “당장 처우 개선을 해줄 수 없다면 격려라도 보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 사진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1-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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