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옻칠문화 1등 브랜드 만들고파”

“한국 옻칠문화 1등 브랜드 만들고파”

입력 2010-02-11 00:00
수정 2010-02-11 00: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3년 일본생활 접고 귀국하는 조선 옻칠장이 전용복 씨

│도쿄 박홍기특파원│‘조선의 옻칠장이’로 불리는 옻칠예술가 전용복(58)씨가 23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는다. 다음달 한국으로 돌아가 후진양성에 나설 작정이다.

이미지 확대
지난달 9일까지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자신의 전시회 작품 앞에 선 전용복씨.
지난달 9일까지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자신의 전시회 작품 앞에 선 전용복씨.


전씨는 10일 “일본에서 예술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많이 배웠다.”면서 “다음달부터 한국에 정착, 서울에 ‘아카데미’를 두고 전통 옻칠을 연구하면서 옻칠예술의 전수에 힘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23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한 만큼 이제 고국에 뿌리를 두고 좀 더 한국의 미를 가미한 작품을 제작할 생각이다. 7년 동안 몸담아 일으킨 ‘이와야마 칠미술관’의 관장직도 내놓았다.

●앞으로 후진양성에 전력 쏟을것

전씨는 1988년 7월 일본에 발을 디뎠다. 도쿄에 위치한 연건평 2만 6400㎡의 대형 호텔 겸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의 실내장식 복원을 위해서였다. 장식은 다름 아닌 옻칠작품이었다. 가조엔 측은 5000점의 작품을 되살리는 총책임을 전씨에게 맡겼다. 1991년 11월까지 3년간 2000점의 원형은 되찾았지만 3000점은 아예 새로 제작했다. 투입된 연인원은 10만명, 즉 매일 100명씩 3년간 작업한 꼴이다. 옻량은 10t, 비용은 50억엔이 들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조엔 측에 감사한다. 믿어줬기 때문이다.”

일본 NHK의 문화센터와 칠미술관 등에서 옻칠예술강좌를 열었다. 13년간 문화센터의 수강생 600여명을 포함, 전씨로부터 옻칠을 배운 일본인은 1000명이 훨씬 넘는다. 전문적으로 뛰어든 문하생은 10명, 모두 일본인이다. 칠미술관을 거쳐간 ‘제자’ 가운데에는 한류스타인 ‘욘사마’ 배용준씨도 포함돼 있다. “배용준씨는 비록 1주일간 배웠지만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욘사마 스승’으로 알려진 이유다. 때문에 전시회 때마다 욘사마 팬들이 몰려들고 있다.

●日제자 1000명… 배용준도 가르쳐

“한국이 도자기의 나라라면 일본은 옻의 나라다. 지진이 잦은 탓에 깨지지 않는 목기를 썼고 오래 사용하기 위해 옻을 칠했다. 그만큼 역사가 깊다. 옻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한국의 옻 전통을 접목시켜 옻칠로써 모든 것을 표현했다. 다양성이 서양화를 그리는 것과 같다. 옻칠 문화를 일등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한국 전통 옻칠의 역사를 고구려 벽화와 8만대장경에서 찾았다. “벽화의 채색이 옻칠 때문에 1500년을 버텼고, 8만대장경 역시 훼손되지 않았다.”는 게 전씨의 주장이다.

전씨는 “우리를 알고, 뿌리를 알아야 세계로 나갈 수 있다.”면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의 의미는 무겁고 깊다.”고 강조했다. “화려하고 뛰어난 우리의 옻칠예술을 세계에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한국 생활을 위한 준비도 거의 마쳤다. “서울의 아카데미 이외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옷칠연구소와 미술관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 대학에서 옻칠학과 신설과 전씨의 교수 임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 사진 hkpark@seoul.co.kr
2010-02-1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