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율고, 국·공립의 14배… 외고·사립대도 멋대로 책정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사립대 등 사립학교에 입학할 때 수업료와 함께 내야 하는 ‘입학금’이 일률적인 지침이나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학교별로 입학금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아 그야말로 ‘쌈짓돈’ 꺼내 쓰듯 하고 있다.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아 입학 조건으로 신입생들에게 ‘특별히’ 더 얹어 받는 돈일 뿐이다.●수업료와 구별 않고 운영비 전용
문제는 입학금의 용처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책정 기준조차 없다는 데 있다. 다른 자율고에 비해 5배가량 비싼 입학금을 받는 S·H자율고 역시 특별한 사용처와 기준 없이 임의로 입학금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학교가 입학금을 수업료와 구별하지 않고 학교 운영비로 전용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입학금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받아온 돈이라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명목상 받는 돈으로, 수업료처럼 여겨 왔다.”고 밝혔다. 한 대학 재무처 관계자도 “입학금을 어디, 어디 써야 한다고 명확하게 나눠져 있지 않고 등록금과 함께 묶여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명분 없이 거둬들인 입학금을 학교 재정의 가욋돈으로 사용해 온 것이다.
●등록금 동결하며 입학금 인상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을 발표하면서 내부적으로 신입생 입학금을 올려 사실상 등록금 인상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D대는 10%, 등록금을 4.8% 인상한 S대는 11.8%나 입학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당연히 내야 하는 돈으로 여겨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일선 교사나 교수들은 “입학금은 등록금과 달리 저항이 없는 돈이라 어느 학교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첫 등록금을 낼 때 관련 정보가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입학금을 왜 내며, 얼마나 내야 하는지 생각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는 “사립학교 입학금은 재단이 학교 시설물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차원 아니겠느냐.”며 “학교 예산배정 때 입학금은 ‘감가상각충당금으로 사용된다.’고 명시하는 등 제도적으로 부과 근거와 기준 등을 마련해야 투명한 재정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0-0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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