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꽥” 비명에 달려가니 소 13마리 ‘바들바들’

“꽥” 비명에 달려가니 소 13마리 ‘바들바들’

입력 2010-04-01 00:00
수정 2010-04-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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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새벽 울산 북구의 한 축사에서 소 13마리가 갑자기 감전으로 죽어 축산농민이 한국전력공사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북구 가대동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고호준(67)씨는 이날 오전 4시15분께 갑자기 소들이 “꽥”하며 비명을 질러 놀라서 집 바로 옆 축사로 달려갔다가 망연자실했다.

 축사에서 기르던 15마리의 소 중 암소 12마리와 송아지 1마리가 누운 채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죽은 것.

 고씨와 마을 주민들은 급히 축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철 기둥으로 된 울타리를 만졌다가 전류를 느껴 소들이 감전사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고씨는 “소들은 전날 저녁까지 밥도 잘 먹고 건강했다”면서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축축해진 바닥을 타고 축사 전체로 전기가 흘러 소들이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한전 측은 사고의 원인이 누전에서 비롯했음을 인정했다.

 한전 동울산지점 전력공급팀 손동익(41) 차장은 “전주에서 고씨 집으로 이어지는 전선(인입선) 일부의 피복이 벗겨졌는데,이 전선이 철제 지붕 물받이와 맞닿아 있어서 누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씨의 집과 별채,축사는 모두 이 철제 물받이로 연결돼 있다.

 고씨와 마을 주민들은 누전된 전선이 고씨 집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책임이 전적으로 한전에 있다며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전기계량기를 기준으로 밖에 있는 전선은 한전이 관리해야 하는데,오래된 전선을 교체하거나 관리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또 새벽에 누전 신고를 했음에도 한전 직원들이 8시가 넘어서야 도착하는 등 늑장을 부려 축사에 모인 마을 사람들까지 감전될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씨와 이웃들은 죽은 소들을 트럭에 싣고 피해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남구 신정동 한전 울산지점을 항의 방문했다.

 고씨는 “한 마리에 600만∼700만원 하는 소 13마리를 잃어 한순간에 1억여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곧 내다 팔아 차를 사려고 했는데..30년이 넘도록 소를 키우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전 측은 “농민 대표들과 합의점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자체 조사와 경찰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절차에 맞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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