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서 ‘검사 신문권’ 이틀째 법리공방

한명숙 재판서 ‘검사 신문권’ 이틀째 법리공방

입력 2010-04-01 00:00
수정 2010-04-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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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장이 형소법 개정 취지“ vs ”진술 거부땐 신문 허용안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이 형사소송법상 주어진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지를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이틀째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1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전날 재판부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행사에 따라 검사의 신문을 제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검사의 신문권도 진술거부권과 마찬가지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검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라고 진술거부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 연혁을 따져보면 검찰의 신문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즉 ‘진술거부권 인정=검찰 신문권 불허’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논의하던 2006~2007년 당시 개정 취지가 ‘법원이 재량으로 검사 또는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형소법 개정안은 ”증거조사 후 검사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신청해 피고인을 신문할 수 있다“는 내용의 피고인 신문 조항을 만들었지만 국회의 법안 심사과정에서 일부 문구가 수정됐다.

 법안을 심사하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피고인 신문 제도를 유지하는 이상 피고인 신문은 제한 없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원안의 ”법원에 신청해“라는 부분이 빠진 것.

 결국 이 조항은 ”검사 또는 변호인은 증거조사 종료 후에 순차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다“고 바뀌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법관들의 재판실무 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해석상 포괄적인 진술거부권과 개별적인 진술거부권이 모두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실무제요는 진술거부권을 ‘전반적으로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개개의 질문의 성격에 따라 답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는 두 가지로 구분한다.

 이어 ‘전자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해당 절차 전부에 관하여 진술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다음 절차로 넘어가면 충분할 것’이라는 해석론을 펼친다.

 변호인들은 이 같은 실무제요의 해석론을 따라 한 전 총리가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 만큼 검사의 신문 자체를 허용할 수 없으며,다음 절차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는 외국의 입법 현황도 논의됐다.검찰은 일본의 고등법원 판결을 예로 들면서 ”피고인에 대한 질문은 언제든지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피고인 신문 제도를 없애고 대신 ‘피고인 질문’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재판 진행이 난관에 봉착하자 형사소송법에 ‘공판기일의 소송지휘는 재판장이 한다’는 소송지휘권 조항을 들어 양측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한 ‘절충안’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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