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 풀어준 진실화해위…역할 종료 앞두고 막바지 힘내기

‘恨’ 풀어준 진실화해위…역할 종료 앞두고 막바지 힘내기

입력 2010-04-02 00:00
수정 2010-04-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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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주요 날조 사건의 진실 규명 성과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아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4년2개여월의 조사 활동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

 2005년 5월 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그해 12월 독립기구로 발족한 진실화해위의 조사 활동 기간은 6월30일까지이지만 실질적인 조사활동은 다음달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신고된 모든 사건의 조사를 5월 말께 완료하겠다는 뜻을 2일 내비쳤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활동 기간이 6월 말 만료되지만 사건 의결과 종합보고서 작성 등 전체 활동은 올해 연말쯤 마무리된다.

 위원과 조사관 등 직원 230여명이 근무하는 이 기관은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주임무다.

 항일독립운동과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 유린,폭력·학살·의문사 등을 조사해 굴절된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고자 출범한 것.

 그동안 현대사에서 각계 거물급 인사의 그릇된 행적을 공식 확인해 자세한 증거 자료를 남김으로써 묻힌 진실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지만,당사자들의 반발 등 진통도 꽤 겪었다.

 제5공화국 당시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언론통폐합 사건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진실화해위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1967년 납북됐다가 귀환하고서 간첩 혐의로 억울하게 처벌받은 어부의 억울함도 장기간의 조사와 자료 수집을 통해 해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전쟁 당시 좌익운동 관련자 수천 명을 대량학살한 ‘보도연맹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해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7년에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조사해 국가에 사과와 재심 등의 조처를 할 것을 권고한 것도 기념비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과거 정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사실,수사기관이 재일교포 출신 유학생인 김정사씨를 불법 감금하고 고문한 사실 등을 확인하고 국가가 피해자 유족과 당사자에게 사과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이영조 위원장은 “우리가 조사하는 유형의 사건을 다루는 위원회가 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유족과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해 기간 안에 신청사건을 모두 조사해 결과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가 굴절된 역사의 진실을 상당 부분 규명한 만큼 올해 말 모든 활동을 접게 되면 더는 유사한 조직이 생기지 않는 만큼 온 힘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그간의 조사 결과를 수록할 수백∼수천 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학과 연구소,공공 도서관에 배포해 추후의 학술 자료로 남길 예정이다.

 진실화해위가 처벌 권한이 없고 권고 역시 강제성을 띠지 않아 많은 한계가 있었음에도 영원히 은폐될 수도 있었던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 역사에 기록했다는 공적은 길이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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