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농사와 가축만을 키우고 살아왔는데..이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유.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에서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유?”
1일 오전 구제역 발병이 확정된 충남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인근 지역 농민들은 정부기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주민들은 이번 구제역이 일반 주민이 통행하지 않고,일반 가축 사육 농가에 비해 철저하고 전문적인 방역과 위생이 요구된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발생한 것에 더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청양군은 충남에서 가장 중앙에 있는데다 도립공원 칠갑산이 자리해 ‘충남의 알프스’로 불리며 고추와 구기자가 특산물로 청정농업을 내세운 전형적인 농촌군.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충남도 산하 축산기술연구소는 공주~청양 국도에서 3㎞ 정도 떨어진 한적한 시골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 마을은 도로 하나를 두고 정산면,목면,청남면 등 3개 면이 나뉘어 있다.
감염이 확인된 학암리 마을 입구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3-4명의 직원이 나와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생석회를 뿌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 공주시와 경계지역인 청양군 목면 국도에서는 소독 차량의 대형 분사기에서 소독액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구제역이 확인된 축산기술연구소 주변 주민들은 구제역이 충남의 중앙부까지 확산한 것에 당혹스러워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구소 진입로 주변에서 닭 2만여 마리를 기르는 정규만(54)씨는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걱정이 앞선다”며 “닭을 키우다 보니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벌써 닭장에서 나오는 퇴비와 계란 반출이 안 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 떨어진 청남면 내직2리에서 젓소 60여 마리를 키우는 윤범수(47)씨도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청정지역의 이미지 때문에 다소 편안하게 젖소를 키워왔는데,이제 이곳에서 축산업은 끝장인 것 같네요.살처분 반경에 자리 잡고 있어 지금은 그저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구소 인근 500m 이내에는 돼지 56마리와 한우 36마리,젖소 57마리,산양 24마리 등 모두 173마리를 키우는 충남대 동물자원연구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3㎞ 이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와 돼지는 모두 101가구에 2천991마리로 집계한 가운데 이날 500m 이내 지역 가축의 살처분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결정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청정 청양’의 이미지가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한꺼번에 실추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지금으로서는 인근 농가로 전염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청양군은 이날 오전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군청 상황실에 방역대책본부를 마련하고 18개소에 이동통제소를 설치했으며,소독차량 2대,생석회 60여t과 소독액 5t를 확보하고 집중 방제에 나섰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