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거액유산 소송에 두번 속은 택시기사

가짜 거액유산 소송에 두번 속은 택시기사

입력 2010-05-04 00:00
수정 2010-05-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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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택시기사가 수백억원대의 유산상속 소송비를 대주면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겠다는 장애인의 말에 현혹돼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 5억여원을 사기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개인택시를 하던 박모(52)씨는 지난 2005년 자신의 택시에 탄 하반신 마비 장애인 조모(41)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조씨는 “아버지로부터 350억원의 재산을 받았으나 의붓 어머니가 유산소송을 벌이고 있다.소송경비를 지원해주면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겠다”는 거짓말을 박씨에게 했고 박씨는 이를 철석같이 믿었다.

 특히 조씨는 3천500원이 잔고인 통장의 숫자를 위조해 350억원이 계좌에 있는 것처럼 속인 통장 사본을 보여주며 박씨의 환심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조씨는 수시로 박씨에게 돈을 요구했고 1년여에 걸쳐 4억7천여만원을 생활비 및 소송경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

 박씨는 돈이 부족하자 개인택시 면허는 물론 살고 있던 집도 처분했고 급기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 검찰 고발까지 당하게 됐다.

 하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서 오히려 박씨를 이용한 조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나는 바람에 오히려 조씨가 1년6월의 실형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됐다.

 조씨는 교도소에서도 “유산 350억원이 국고로 들어갈 우려때문에 불가피하게 검찰에 거짓진술을 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며 박씨를 안심시켰다.

 조씨의 사기는 지난 2008년 5월말 출소한 뒤에도 계속됐다.

 조씨는 아내마저 숨지고 생활비가 없자 “계속 소송은 진행 중이고 소송경비가 없으면 국고로 유산이 환수된다”고 박씨를 속여 다시 24차례에 걸쳐 2천900여만원을 뜯어냈다.

 조씨의 이런 사기 행각은 조씨가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박씨의 신고로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꼬리가 붙잡혔다.

 억대의 소송경비 때문에 이혼위기까지 몰린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들어간 돈이 워낙 많아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 역시 ‘소송을 포기할 거냐’는 등 반협박조로 박씨를 다그쳐 거액을 투자한 박씨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4일 사기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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