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기록에 덜미잡힌 ‘황혼의 불륜’

교통카드 기록에 덜미잡힌 ‘황혼의 불륜’

입력 2010-06-27 00:00
수정 2010-06-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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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와 바람을 피운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이 상대 여성의 자백에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증거로 제출된 교통카드 사용내역에 허를 찔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한모(70)씨는 단골 음식점에서 알게 된 유부녀 박모(49) 씨와 친분을 유지하다 2008년 여름 서울의 A 모텔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이후 이들은 20년의 나이 차를 넘어 매달 2∼4차례 같은 장소를 찾아 연말까지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아내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남편은 박씨의 통화 내역을 출력해 그가 다른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눈치 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씨는 바람피운 사실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한씨는 완강히 부인했고 결국 두 사람 모두 간통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통상 간통 사건에서 쌍방이 범행을 부인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불륜 현장을 덮치거나 체액 등 물증이 없는 이상 무죄가 선고되지만 한명은 인정하고 다른 한명은 부인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돼 누구의 말이 더 믿을만한지 진실 게임이 시작됐다.

1심에서는 박씨의 자백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등이 증거로 제출됐지만, 재판부는 ‘상대로 지목된 한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보강증거가 필요한데 박씨의 자백 외에 가치 있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에 항소했고 1심에서부터 A 모텔 근처에는 한번 밖에 간 적이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던 한씨는 의외의 증거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검사가 제출한 것은 박씨의 교통카드 기록. 박씨가 A모텔 인근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내린 기록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이는 인근 기지국을 통해 발신이 이뤄진 두 사람의 통화 내역과 함께 박씨의 자백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한씨는 A모텔 주변에서 여러 차례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 등에 대해 마땅한 해명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두 사람이 13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김정호 부장판사)는 “박씨가 뉘우치고 있고 한씨가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한다”며 두 사람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씩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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