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학부모들 찬반 엇갈려…“지나친 특혜” vs “명문고육성 필요”
지난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 대원외고와 용인외고에 이어 전국 3위를 차지한 공립 특목고인 경남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한 김해시장의 예산지원 축소 방침을 놓고 지역의 시민단체와 학부모들 사이에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등 시끄럽다.2006년 3월 개교해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명문고’ 반열에 오른 김해외고는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특혜지원 시비에 휘말려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시의 지원을 믿고 입학한 재학생들은 교육여건이 악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김해외고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달 1일 새로 취임한 김맹곤 김해시장이 선거과정에서 ‘김해외고에 대한 특혜성 재정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발단이 됐다.
13일 김해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의 107개 초·중·고교에 지원하는 연간 70억원의 시예산 가운데 12억원을 김해외고에 지원하고 있다.
김 시장은 선거때는 물론 당선된 뒤에도 “특정학교에 대한 과도한 특혜성 지원은 교육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고 전체 학생 중 김해출신이 20%에 불과해 지역 학부모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만큼 지원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시장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지역의 교육관련 단체는 물론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찬반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김해교육연대는 “김해외고에 대한 특혜지원은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소외와 차별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김 시장이 특혜지원 중단의지를 밝힌 만큼 남은 것은 실천”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김해교육문화연구센터 류동철 원장은 “김해지역 전체 고교의 학력을 선도할 수 있는 학교가 꼭 필요하고 인구증가와 우수학생들의 타 지역 유출방지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교육의 경쟁력이 곧 지역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학부모 박모(48.김해시 삼방동)씨는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예산을 특정학교에 퍼주기식으로 지원하는 것 자체가 위화감을 준다.”고 말했으나 다른 학부모 김모(47.김해시 동상동)씨는 “나눠먹기식 예산지원은 계속 우물안 개구리에는 한계에 머물고 만다.”고 반박했다.
김해외고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학교운영위원회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학교측의 모집요강을 철석같이 믿고 아이들을 입학시켰다.”며 “다른 지자체에서는 명문고를 키우기 위해 파격적인 교육지원을 쏟아내고 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반발하고 있다.
2005년 김해시와 약정서를 체결한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고 경남지역의 교육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큰 틀에서 풀어나가겠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고영진 도교육감은 2005년 10월 당시 전 송은복 김해시장과 이 학교의 운영관련 약정서를 체결한 당사자인데다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어서 도교육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김해외고 지원에 관한 약정은 시한을 정하지 않아 김해시가 지원삭감을 결정하더라도 도교육청과 재협의를 통해 약정서를 다시 체결해야 하는데다 관련예산에 대해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예산지원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가 올해 김해외고에 지원하는 예산은 교장 직무성과급 및 교원 특별연구비 5억6천400만원과 지난해 미지원된 신입생들의 해외연수비 8억1천500만원,원어민교사 배치(타 학교에도 지원) 1억1천900만원 등 14억9천800만원이다.
김해시는 이 학교 개교 당시 부지매입비 52억원을 포함해 지난 5년간 모두 101억원을 지원했다.
한편 김해시의 담당부서는 15일 김 시장에게 지난 5년간 김해외고 지원 등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역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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