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초등생 성폭행범 모습 사설 CCTV에만 포착
서울 동대문구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 모습이 방범용 CCTV에 찍혔지만,해상도가 나빠 범인 검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 동대문경찰서 경찰관들은 사건 초기에 방범용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에 애를 태워야만 했다.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신체 윤곽이 나왔지만,얼굴의 이목구비가 또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이 진술한 대로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흰색 운동화를 착용한 남성이 범행 현장 인근의 방범용 CCTV에 수차례 찍혔지만,화질이 나빠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무용지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지난달 26일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 아동의 집이 있는 장안동 일대를 중심으로 설치된 방범용 CCTV 140여대를 전부 분석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 CCTV의 해상도가 워낙 나빠 사건 해결에 필요한 실마리를 전혀 제공하지 못해 수사가 한동안 답보상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하마터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뻔했으나 그나마 사설 CCTV 덕분에 수사가 뒤늦게 활기를 띠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범행 현장 인근 마트에 설치된 사설 CCTV에 지난 8일 이목구비가 비교적 선명한 피의자 양모(25)씨가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가는 모습이 잡혀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새로 확보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근거로 탐문에 나섰고 지난 14일 범행 현장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의 반지하방에 은신해 있던 양씨를 만났다.
구부정한 모습 등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직감한 경찰은 범행 현장의 체모 DNA와 대조하려고 양씨의 구강 세포를 채취했다.
또,경찰은 양씨를 만난 다음 날 은신처 주변 건물의 엘리베이터 CCTV에서 양씨의 얼굴이 또렷이 찍힌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고,통신 수사 등을 통해 당일 저녁에 양씨를 검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앞서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김수철 사건’에서도 경찰은 학교 주변의 CCTV에 선명하게 나온 김수철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수소문해 범행 9시간 만에 집 근처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범인이 사건 현장 부근에 거주한 동대문구 성폭행 사건도 방범용 CCTV에 양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왔더라면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었음을 추정케 하는 사례다.
하지만,동대문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 149대(화소수 41만)는 우범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도 수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CCTV 설치업체 관계자는 “동대문구에 설치된 모델은 중저가 CCTV로 주변에 빛이 적거나 거리가 멀리 떨어진 표적은 식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서울시의 권장사항이 41만 화소 이상의 CCTV를 설치하라는 것이라 일단 형식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는다.하지만,상황을 파악하고서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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