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경찰청장 사퇴 왜

강희락 경찰청장 사퇴 왜

입력 2010-08-06 00:00
수정 2010-08-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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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락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경찰 내부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정쇄신을 위한 개각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경찰청장도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이 와중에도 강 청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지난해 1월 용산참사로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가 낙마하면서 경찰청장에 오른 만큼 조직안정 차원에서라도 법적 임기를 다 채운 뒤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고 전했다. 또 당초 개각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빅4’인 검찰총장과 국정원장 등이 대상에서 빠지면서 강 청장도 개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추측이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7·28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차제에 국정기조를 전면적으로 쇄신해 집권 하반기를 효율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부각되면서 강 청장도 개각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 청장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강 청장은 이달 초 청와대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고향을 방문하는 등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경찰의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와 경찰관 비리 문제, 잇단 아동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2년으로 정해진 경찰청장의 임기를 또다시 채우지 못해 경찰청장 임기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물론 경찰 조직 안정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최기문 전 청장 때 임기제를 도입했지만 최 전 청장부터 강 청장까지 5명 중에서 임기를 끝까지 채운 청장은 이택순 전 청장밖에 없다.

강 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후임 경찰청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경찰청장(치안총감)은 치안정감 4명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치안정감은 모강인 경찰청 차장과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 그리고 김정식 경찰대학장 등이다.

이 가운데 조 서울청장은 후보군 중에서 상위권을 달려온 데다 지난해 쌍용차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순수 경호통’인 조 청장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청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성과주의에 대해 일선 서장이 사상 처음 항명하는 등 내부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대학교 1기로,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을 해 각광을 받은 윤재옥 경기청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경감에서부터 치안감까지 계속 경찰대 1호를 맡을 정도로 깔끔한 일처리와 승진에서 한번도 밀린 적이 없을 정도로 실력도 쟁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찰대 출신 청장을 임명할 경우 비경찰대 출신이 동요할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역안배를 고려한다면 호남 출신인 모강인 경찰청 차장과 충청 출신인 김정식 경찰대학장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조현오 서울청장과 윤재옥 경기청장은 각각 부산과 경남 합천 출신이다.

경찰 지휘부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치안정감 4명 가운데 2~3명은 교체가 불가피한 데다 치안감도 치안정감 승진자와 은퇴자 등 7~8명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0-08-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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