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넘은 ‘일본인 할머니’가 ‘한글’ 배우는 이유는…

일흔넘은 ‘일본인 할머니’가 ‘한글’ 배우는 이유는…

입력 2010-08-06 00:00
수정 2010-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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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울산대학교 아산스포츠센터에서 만난 일본인 할머니는 방금 경주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다.

 일본 특유의 ‘90도 인사’를 건넨 그녀는 천천히,하지만 정확한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쿠마다 카즈코입니다”쿠마다 할머니는 올해 76세를 맞은 도쿄(東京) 메지로(目白)대학 한국어학과 1학년 학생이다.

 그녀는 울산대학교가 주최한 ‘한국어.한국문화연수 프로그램’에 신청해 지난달 31일 80여 명의 일본 대학생과 함께 울산을 찾았다.

 그녀는 노년의 외로움을 이기려고 공부를 선택했다.2007년 남편과 사별,슬하에 자녀가 없어 쓸쓸한 노년을 보내던 차에 대학 진학을 결심한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손녀뻘 되는 동급생들과 웃고 어울리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어린’ 친구들은 대하기가 편하다며 ‘짱’(일본에서 여자아이를 부르는 호칭)이라고 부른단다.

 동급생 부모가 “쿠마다씨를 좀 보고 배워라”고 말할 때면 은근히 기분이 좋다며 쿠마다 할머니는 수줍게 웃었다.

 한국어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는 가장 가까운 나라여서다.20대 대학시절 일본사를 전공한 그녀는 동양사를 더 알고 싶었고 한국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일본에서 느꼈던 한국인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도 그의 선택을 도왔다.

 쿠마다 할머니는 “도쿄에 한국인 거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항상 편안하고 재밌고 친절함을 느꼈다”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기대는 무너지지 않았다.쿠마다 할머니는 “한국에 와서 좋은 것은 한국 연예인이나 김치가 아니라 바로 예의 바르고 친절한 한국 대학생을 보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쿠마다 할머니는 대학 4년을 마치고 한국어 자격증을 따고 싶단다.주위에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다.

 장애물은 역시 나이.그녀는 “역시 공부는 어릴 때 해야 한다”라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오는 21일 일본으로 돌아간다.하지만 “내년에 다시 오고 싶다”며 “학교 성적이 좋아야 다시 울산으로 올 수 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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