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서 다슬기 잡던 노부부 사망
6일 오전 울산 남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노부부의 영정 사진이 동시에 걸렸다.부부의 막내아들 이모(35)씨가 허망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전날 다슬기를 잡으러 태화강으로 나갔던 이씨의 부모는 모두 변을 당했다.
부모님이 집을 나섰던 시각은 5일 오후 4시께.평소 태화강변에 조그마한 텃밭을 일구며 소일거리를 하던 평범하고 사이좋던 이 부부는 밭으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지난주 잃어버렸던 큰아들이 되찾아준 뗏목이었다.
부부는 요즘은 보기가 드문 뗏목을 타고 태화강에서 다슬기를 잡았다.올해 들어서는 지난주에야 처음으로 뗏목을 띄웠다.그러나 강변에 매어 둔 뗏목이 느닷없이 사라졌다.낚시꾼들이 주인이 없는 줄 알고 타고 나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 뗏목을 태화강 하류에서 며칠 전 다시 찾았다.
다슬기를 잡으러 나선 까닭은 남편 이모(71)씨의 지병인 통풍의 치료에 다슬기가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어서다.
하지만 다슬기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이 화근이 됐다.
6일 사고 발생 장소를 조사한 경찰은 “남편 이씨가 뗏목 위에서 그물을 끌어당기다가 중심을 잃고 강물에 빠진 것 같다”며 “이를 목격한 부인이 남편을 건지려고 그물을 잡아당기다 같이 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항상 부부가 같이 다니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이들의 금실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막내아들은 “당신들 입을 것까지 아껴 자식들을 돌봐주셨는데...”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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