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1년…제자리 못 찾은 근로자들

쌍용차 사태 1년…제자리 못 찾은 근로자들

입력 2010-08-09 00:00
수정 2010-08-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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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오후 찾아간 경기도 송탄 이모(43)씨의 집.

 쌍용자동차 ‘옥쇄 파업’이 타결된 지 꼭 1년째 되는 이날 이씨는 혹시 회사에서 올지 모를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6일 쌍용차 노사 합의 당시 무급휴직자로 ‘1년 후 업무 복귀’를 약속받았던 직원 468명 중 한 명이다.

 ”약속대로 라면 오늘 회사에서 정식으로 연락이 와야 해요.월요일이면 월요일,화요일이면 화요일,뭐라고 복직하라는 말이 있어야 하는데 답답하죠.지난 1년 동안 복직에 대해선 아무런 얘기가 없었어요.“ 작년 여름 현장에서 77일 내내 파업했던 이씨에게 지난 1년은 험난했다.

 현재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씨는 아내가 공장에 다녀 받는 월 120만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간혹 막노동이나 페인트 일을 해서 일당 7만원 정도 벌기도 하지만 세 딸 학비를 포함해 다섯 가족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빠듯하기 그지없다.

 파업이 끝나고 나서 상실감으로 한동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기도 했다.8개월간 아예 문밖을 나서지도 못했고,지난해 11월에는 잠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형,동생 같았던 동료들이 한순간에 저렇게 서로 싸우면서 욕을 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이씨는 말했다.

 중도실리파인 새 노조가 설립되고 회사는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당시 사태가 해고자들에게 남긴 상처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휴직자 468명 중 11명은 회사를 그만뒀고 나머지 457명은 이런저런 일로 생계를 꾸리면서 여전히 복직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쌍용자동차에서는 아직 한 명도 복직이 이뤄진 경우가 없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해고된 근로자는 500여명이다.

 파업 당시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으로 일하다 강제휴직명령을 받은 전광식(40)씨는 해고자 생계 문제를 고민하다 올해 5월 대리운전 회사를 차렸다.

 쌍용차 노조 조합원 출신이 기사로 70~100명 정도 일하는 회사다.

 회사 이름을 ‘행복 대리운전’으로 지은 이유도 너무 지친 삶이라 반어적 의미로 그랬다고 한다.

 처음 한 달 반 정도 파리를 날렸지만,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이에 회사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요즘은 하루 30여통 정도 전화가 온다.그래도 손익분기점인 70~100통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전씨는 회사로부터 2~3건의 형사소송까지 걸려 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파업 참여 노동자들의 바람은 너나없이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씨는 ”1년이면 1년,2년이면 2년 기다리면 된다고 확답만 주면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을 갖고 다른 일이라도 하면서 기다릴 수 있다“고 쓸쓸하게 말을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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