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기준 없는 연료통이 화 키웠다

안전기준 없는 연료통이 화 키웠다

입력 2010-08-10 00:00
수정 2010-08-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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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달리는 시한폭탄을 타고 다닌 것과 마찬가지”

 9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사고는 유명무실한 안전기준이 불러낸 예고된 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0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노후화된 연료통에 생긴 미세한 균열이나 엔진까지 가스를 전달하는 파이프라인과 연료통의 이음새를 통해 새어나간 가스가 발화점과 만나면서 폭발을 일으켰을 개연성이 크다.

 CNG버스는 경유를 사용하는 일반 버스와 달리 폭발 가능성이 높은 압축된 기체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이를 담는 연료통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때문에 차량마다 6∼8개가 들어가는 연료통은 약 200기압 정도로 압축된 천연가스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며 내구성이 높은 재질로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운행되는 CNG버스에 사용되는 연료통은 크게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어진 ‘타입원’과 크롬강철에 겉을 유리섬유로 감싼 ‘타입투’로 나뉜다.

 전국 CNG버스 2만3천여대 중에서 대부분은 신형인 타입투를 사용하며 타입원을 사용하는 CNG버스의 수는 500대 미만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CNG버스가 구형인 타입원을 사용해 사고가 났다고 지적하지만 전문가들은 CNG버스의 연료통에 대한 안전기준이 이 버스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타입투는 금속을 줄이고 유리섬유를 추가해 타입원에 비해 가볍다는 장점이 있을 뿐 둘 사이에 안전상의 차이점은 매우 미미하다.안전점검만 철저하다면 연료통의 종류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건물에 고정 부착돼 사용되는 모든 CNG,LPG(액화프로판 가스) 등 기체 연료통은 종류에 따라 3∼5년에 한번씩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수거해 내압시험이나 미세균열 확인 등 정밀검사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CNG버스의 연료통은 가스관리법이 적용되지 않아 교통안전공단의 간단한 가스 누출검사만 정기적으로 받을 뿐이다.

 차량에 장착된 연료통의 경우 일반 연료통에 비해 잦은 충격을 받아 미세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이에 대한 사전점검은 전무한 셈이다.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윤재건 교수는 “교통안전공단의 정기점검은 육안으로만 하기 때문에 미세균열을 잡아낼 수 없는데도 CNG버스는 연료통을 차량에 장착한 뒤에는 한번도 중간 정밀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1년에 한번씩 가스점검을 한다.차량은 움직이기 때문에 가스를 전달하는 이음새 부분이 언제든지 헐거워질 수 있는데 가스 누출을 알리는 시스템도 버스에 장착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14일 지식경제부가 CNG버스 연료통에 대해 3년에 한번씩 정밀검사를 받도록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최근 도입된 저상버스와는 달리 이번 사고 차량을 포함한 대부분의 CNG버스가 연료통을 차량 하단에 장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CNG는 비중이 공기보다 작아 연료통의 균열을 통해 새어나가도 공기중으로 빨리 확산돼 사고 위험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은 저상버스처럼 차량의 상단에 달려있을 때 의미가 있지 사고 차량처럼 하단에 장착돼 있으면 다른 기관이나 부품에서 발생하는 스파크에 새어나간 가스가 폭발하기 쉬워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정동수 박사는 “지금까지 시민들은 달리는 시한폭탄을 타고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다.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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