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대전 때 부산서 세균무기 비밀 실험

日, 2차대전 때 부산서 세균무기 비밀 실험

입력 2010-08-12 00:00
수정 2010-08-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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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舊) 일본군 육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소를 죽이려고 만든 치명적인 세균 무기를 부산에서 비밀리에 실험한 사실이 12일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일본에서 출판된 ‘육군 노보리토(登戶)연구소의 진실’이라는 책 등에는 당시 실험에 참가했던 연구원이 작성한 문서인 ‘구(舊) 육군 제9기술연구소(노보리토연구소) 제6연구반 연구 개요’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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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대 평화교육 노보리토(登戶)연구소 자료관이 만든 1944년 부산 세균무기 실험 상황도. 일본에 있던 노보리토연구소가 만주에서 우역(牛疫) 바이러스를 채취해 세균무기를 만들었고, 부산에 있던 조선총독부 가축위생연구소에서 분말 실험과 야외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도 밑에는 ‘산포(散布)용 우역 바이러스의 개발 실험을 한 장소(1944년)’이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메이지대 평화교육 노보리토(登戶)연구소 자료관이 만든 1944년 부산 세균무기 실험 상황도. 일본에 있던 노보리토연구소가 만주에서 우역(牛疫) 바이러스를 채취해 세균무기를 만들었고, 부산에 있던 조선총독부 가축위생연구소에서 분말 실험과 야외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도 밑에는 ‘산포(散布)용 우역 바이러스의 개발 실험을 한 장소(1944년)’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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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도쿄 부근에 있던 비밀병기 연구소인 노보리토연구소에서 소 살상용 세균무기를 만든 뒤 1944년 5월 부산에서 이 무기의 성능을 실험했다.

문서에는 “노보리토연구소 근처 우사에서 독성을 점검한 뒤 조선국 부산부 사하면 암남동 조선총독부 가축위생연구소(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전신) 서쪽에 있는 낙동강 하구의 커다란 삼각주의 일부(감천지구)를 야외 감염 실험 장소로 선정했다”라고 적혀 있다.

노보리토연구소가 개발한 것은 소와 양 등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인 우역(牛疫.rinderpest)의 독을 분리해 동결 건조한 분말 형태의 세균 무기였다. 이 무기를 풍선 폭탄에 매달아 날려보낸 뒤 터뜨려 분말을 살포하는 구조였다.

일제는 미국의 소를 대량 살상하려고 이 무기를 개발했다. 일제는 도쿄 부근 가와사키(川崎)에 있던 노보리토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분말 독을 일부러 부산에 가져와 실험했고, 이후 실제로 풍선 폭탄에 매달아 미국 본토로 띄워 보냈다.

당시 다행히도 우역이 한국에서 퍼졌다는 기록은 없지만 자칫하면 식민지 조선의 한우가 치명적인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었던 셈이다.

실험이 비밀리에 이뤄졌기 때문인 듯 부산에서는 이런 사실을 아는 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해방 직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실험실 보조로 일했다는 A(68)씨는 “일제시대 그런 실험을 부산에서 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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