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벌러 10시간씩 알바…돈못구해 휴학

학비 벌러 10시간씩 알바…돈못구해 휴학

입력 2010-08-20 00:00
수정 2010-08-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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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의 등록금이 연간 1천만원까지 오르면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방학 때면 어김없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본이 투잡(Two Job)에다 모자라면 대출을 받고,그래도 안되면 또다시 휴학을 하는 등 앞이 보이지 않는 학비전쟁을 치르고 있다.

 ●알바 투잡은 기본…학비마련에 ‘허덕’

 등록금이 동결된 제주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강모(19)양은 2학기 등록금 213만3천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이달 말까지 하루 8∼10시간씩 ‘투잡 알바’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주시내 식당에서 서빙을 하며 시급 4천200원을 받고 주말에는 경마장에 나가 계산원 일을 하며 하루 8시간씩 시급 5천원을 받는다.

 강양은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이어서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너무나 버거운 금액”며 “어쩔 수 없이 다 채우지 못한 부분은 학자금 대출 등으로 메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는 오후 5시,주말에는 오후 11시쯤 일을 마치는데 집에 오면 몸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방학 때 따고 싶었던 자격증 공부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조차 내겐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한림대학교 이모(21)양은 2학기 등록금에 보태려고 방학 동안 대형마트 의류매장에서 1주일에 3일,하루 7시간 시급 4천원의 아르바이트를 2개월가량 했다.

 이양은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는데 매니저 사정과 다른 직원의 휴가 때문에 대신 근무한 것 등을 치면 두 달여 동안 거의 쉬지를 못했다”며 “힘들더라도 내 힘으로 학비를 마련해야 할 형편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양은 두 달여 만에 102만원을 벌었다.하지만,이는 등록금 4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결국 학자금 대출창구를 찾아야만 했다.

 ●그래도 안되면 ‘휴학’

 대구에 있는 4년제 대학의 미술대에 재학 중인 김모(26)씨는 400만원에 달하는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해 또다시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이번 여름방학에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8시간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등 ‘투잡’ 활동을 했다.

 하지만,등록금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공부도 낮에 학교 전공실에 나와 기초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는 그동안 등록금을 낼 수 없어 몇 번 휴학하는 바람에 동기들에 비해 학년도 뒤처진 상태이다.

 경남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안모(21.여)씨는 빠듯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2009년 이후 줄곧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언니를 포함해 두 자매가 사립대학에 다니다 보니 학비 부담이 적지 않아 안씨는 현재 학교 근처 베이커리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일하며 한 달에 80만원을 벌고 있다.

 안씨는 지난 18일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은 학비에 자신이 번 돈 등을 합해 등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안씨는 “그나마 방학 때는 근무시간이 길어 학기 중보다 수입이 두 배 정도 더 많아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방학 중 아르바이트 때문에 친구도 거의 만나지 못했고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면 잠만 잤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등록금 대책 ‘아우성’

 2학기 등록금이 2.3% 오른 경기대의 웹커뮤니티 ‘거북이’에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이나 대출을 문의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슈프림’이라는 아이디의 한 학생은 “(군입대 때문에) 휴학한 지 1년6개월 됐다”며 “올 2학기에 복학하려고 했는데 등록금 때문에 돈을 벌고자 1년 더 휴학하기로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디 ‘태지날개’는 “갑작스러운 등록금 인상에 휴학하게 생겼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고,아이디 ‘잉?’ 역시 “계획에도 없던 휴학을 하게 생겼다.학교가 대출을 조장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생은 “집에 돈도 없는데 내달라고 할 수도 없고 학자금 대출을 받자니 이자가 무서워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대 총학생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을) 안 받아들인다.무조건 동결 또는 인하’라는 답변이 87.3%(137표)에 달했다.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신두철(25)씨는 주유소에 편의점,학교 주차실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도 200만원이 넘는 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자 올해 학교 측이 마련한 도전장학금에 눈길을 돌렸다.

 성적 우수 학생의 전유물로 여겨진 장학금 제도의 틀을 바꾼 이 장학금은 각종 학교생활 내용과 의지,도전정신 등이 투철한 학생에게 우선하여 주어진다.

 평균 5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이 장학금은 자기계발활동,각종 수상 및 공모전 경력,인턴,현장실습,봉사활동,자격증 등이 반영된 학생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심층면접 등을 거쳐 선정한다.

 전남대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매년 수혜자를 늘릴 계획으로 지난해 첫해 150명에서 올해 200명으로 확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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