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C& 회장도 분식에 당했다

‘달인’ C& 회장도 분식에 당했다

입력 2010-10-25 00:00
수정 2010-10-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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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라인 인수하고 보니 장부상으로만 ‘양호’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권에서 1천600억여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임병석(49) C&그룹 회장도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이용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물로 내놓은 회사 가격을 깎아줄테니 기업실사 절차를 생략하자는 상대방의 말에 속아 덜컥 회사를 인수했다가 100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본 것이다.

 소송을 통해 피해액 일부를 돌려받기는 했지만 알짜기업을 연거푸 인수하면서 얻었던 ‘M&A의 귀재’란 명성에는 큰 흠집이 날 수밖에 없었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임 회장이 분식회계에 속아 인수한 기업은 현재 검찰이 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해 수사 선상에 올린 C&라인(옛 동남아해운)이다.

 임 회장이 인수해 직접 경영하던 컨테이너업체 진도(C&진도)는 2005년 8월 중견 해운업체인 동남아해운의 지분 75%를 267억여원에 인수키로 전 동남아해운 대표 양모(63)씨와 양수도 계약을 했다.

 동남아해운은 2004년 재무제표 상으로 자산총계 777억여원,부채총계 710억여원,당기순이익 68억여원으로 나타나는 등 경영상태나 영업실적이 양호했다.

 계약을 앞두고 양씨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매각하게 돼 가슴이 아프고,실사를 하게 되면 직원들이 동요할 뿐만 아니라 영업에 막대한 불이익이 초래된다”며 “인수가격을 50억원 깎아줄테니 재무제표가 진실함을 믿고 실사 없이 계약을 하자”고 제의했고,임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임 회장은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약속한 대금을 치르고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인수후 C& 측이 동남아해운의 재무상태를 점검한 결과 옛 경영진이 2002∼2004년에 매년 부채는 줄이고 순이익을 늘리는 식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해 모두 118억원을 분식회계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 회장은 이듬해 사기 혐의로 양씨를 검찰에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결국 양씨는 2006년 10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4개월 만에 풀려났고,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돼 형사합의 하는 조건으로 임 회장에게 90여억원을 돌려줬다.

 인수대금을 상당 부분 돌려받긴 했으나 임 회장은 그 뒤 상당기간 분식회계로 인한 동남아해운의 숨겨진 부실 등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그 역시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등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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