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사 첫날부터 사실상 ‘파행’

국회 예산심사 첫날부터 사실상 ‘파행’

입력 2010-11-08 00:00
수정 2010-11-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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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부르면서 8일 국회 상임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첫날부터 사실상 파행 양상을 보였다.

 9개 상임위 모두 예정대로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법제사법.행정안전.정무 등 관련 상임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지난주 검찰의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총공세에 나서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지 못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번 사태를 ‘국회 유린사태’로 맹비난하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사용에 대한 재수사 및 국정조사를 요구,예산은 심의조차 되지못한 채 각 상임위는 여야,검찰과 정부간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양상이었다.

 특히 정상적 의사진행이 어렵다는 야당의 요구로 회의 일정이 조정되면서 상임위별 회의는 예정시각인 오전 10시보다 30분∼1시간씩 늦어졌다.

 이귀남 법무장관이 출석한 법사위는 당초 71개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시작전 여야 간사협의에서 야당측이 “법무부의 현안보고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이 장관으로부터 긴급현안보고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회의 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목회에 대한 수사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며 민간인 사찰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을 돌파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지금은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법안심의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보다 수위는 낮았지만 검찰의 수사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데는 동의를 나타냈다.

 이정현 의원은 “압수수색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합법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건과의 비례성,임의성,합목적성,공안성에서 적절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두아 의원은 “국회 본회의 기간중 이례적으로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임의수사인 자료제출 요구를 해보지도 않고 제일 마지막 단계여야할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정무위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무총리실 등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정상적인 의사 진행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반발하면서 회의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민주당은 특히 의사발언을 통해 검찰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을 덮고 야당을 길들이기 위해 청목회 입법 로비의혹에 대해 과잉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등의 예산안 심사가 안건으로 잡힌 행정안전위도 민주당 의원들이 사실상 예산심사 거부 방침을 세우면서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소속 한 행안위원은 “오늘은 예산 심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청목회 로비의혹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것”이라며 “오늘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환경노동위도 이날 예정된 환경부 등에 대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환노위원장인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검찰 수사로 국회의 존립 자체가 위협당하는 마당에 정상적으로 의사를 진행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등의 예산안 심사가 안건으로 올라온 지식경제위도 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성토하면서 예산 문제는 거론되지 못했다.대신 여야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법 처리 방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밖에 기획재정위,외교통상통일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도 검찰 수사에 대한 여야 간의 공방으로 공전했다.

 다만 교육과학기술위는 당초 일정대로 전체회의를 열어 상지대 등 분쟁사학정상화 추진과 관련된 청문회를 진행했다.

 야당의 요구로 마련된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장을 상대로 사학비리로 물러난 상지대 옛 재단측 인사를 정이사로 선임한 배경을 추궁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정무위,행정안전위,환경노동위,지식경제위 등 대부분의 상임위가 예산 심사에 들어가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정무위는 민주당이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에 대해 성토한 뒤 예산심의 등을 거부하며 퇴장,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 등을 청취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신 건 의원은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빚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해 신속한 압수수색 대신 증거인멸 기회를 제공,암묵적인 증거인멸 공범행위를 저질러놓고 이번에는 압수수색할 사안이 아닌데도 강행했다”라며 “야당에 대한 보복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하지만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현실”이라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내년도 예산심의까지 거부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더 큰 비난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정무위는 야당의 퇴장으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까지만 듣고 정회했다.

 경찰청 등의 예산안 심사가 안건으로 잡힌 행정안전위에서는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여야 의원들이 검찰을 상대로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 1시간여 만에 산회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산안을 심의할 것을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상임위 발언이 검찰에 의해 기소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예산 증액.삭감을 요구할 수 없다”며 이에 맞섰다.

 환경노동위는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만 들은 채 20분 만에 사실상 산회했다.

 민주당 소속의 김성순 환노위원장은 의사 발언을 들은 뒤 “검찰 수사가 국회 무시를 넘어 국회 존립 자체를 크게 흔드는 상황에서 위원장으로 더 의사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외교통상통일위도 외교부의 내년도 예산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문제 삼으면서 예산심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와 지식경제위도 검찰 수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만 들은 채 끝났다반면 기획재정위는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또 교육과학기술위는 당초 일정대로 전체회의를 열어 상지대 등 분쟁사학정상화 추진과 관련된 청문회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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