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해 아무것도 못보고 기어다니기만 했어”

“캄캄해 아무것도 못보고 기어다니기만 했어”

입력 2010-11-12 00:00
수정 2010-11-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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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연기로 아무것도 안보여 이리로 저리로 기어다니기만 했어.”12일 새벽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경북 포항 인덕노인요양원을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부상자들은 불이 난 당시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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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병원 화재 부상자들  (포항=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12일 새벽 발생한 포항 인덕노인요양병원 화재로 다친 노인들이 세명기독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노인병원 화재 부상자들
(포항=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12일 새벽 발생한 포항 인덕노인요양병원 화재로 다친 노인들이 세명기독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층에 다른 할머니 2명과 같은 방에 있다가 소방대원에게 구조된 조연화(77) 할머니는 “시커먼 연기로 앞을 볼 수 없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죽을 것만 같았다”며 “다리가 불편해 걸을 수 없어 방과 거실 여기저기를 기어다니다가 소방관이 들어와 나를 엎고 밖으로 나갔다”며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조 할머니는 또 “다른 1명의 할머니는 원래 앞을 볼 수 없는데 검은 연기로 앞이 막막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무서웠다”며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층 생활 노인 중 유일하게 생지옥을 빠져나온 김송이(88) 할머니는 “잠이 안와서 침대에 누워있는데 목이 메케하고 따갑고 해서 아줌마를 불렀다”며 “아줌마가 나를 끌어내다 불이 났다고 소리치며 다른 노인들을 깨우면서 나를 또다시 밖으로 끌어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배화연(79) 할머니는 불이 난 당시 상황을 묻자 충격으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울먹이기만 하며 참혹했던 기억에 치를 떨었다.

 일부 부상자들은 아직 불이 난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멍한 표정이었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위로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순이(90) 할머니는 “누워 자다가 선생님들이 불이 났다고 해 우르르 나왔다”며 “많이 놀랐고 목이 갑갑했다”고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고비(92) 할머니는 “이층에 있다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깨어 밥하는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나왔다”고 말했다.

 박귀란(75) 할머니도 “어둠속에서 정신없이 밖으로 나오다 다리를 여기저기 부딪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며 아직 다른 할머니들이 숨진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숨진 장후불(73) 할머니의 아들 김성대(54)씨는 “처음에 다른 병원에 갔다가 세명기독병원에 왔는데 숨진 노인들의 얼굴이 검게 그을려 처음에는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며 “어머니 새끼 손가락이 특이한데 손가락을 보고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며 말했다.

포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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