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카드 단란주점서 사용… 공금으로 스키·래프팅…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면 빨간 ‘사랑의 열매’를 달아주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그동안 국민들이 낸 푼돈의 성금으로 천태만상의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금으로 직원들이 스키·래프팅·바다 낚시를 즐기는가 하면 유흥주점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를 마구잡이로 긁는 것은 예사였다. 최근 3년간 공동모금회 직원 급여 인상률은 9%로 공공기관의 인상률(3%)의 세배에 달하는 등 국민 성금으로 ‘성과급 파티’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국민 성금을 유용하는 등 각종 비리로 얼룩진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병철 회장 등 이사진 모두가 21일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지난 2006년부터 올 9월까지 공동모금회의 업무용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업무 연관성이 없는 집행 건수가 총 136건, 집행액 2147만원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단란주점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액수가 약 2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182차례 워크숍 경비로 3억 5000만원을 쓰면서 래프팅·바다 낚시·스키 등의 비용으로 29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전국 9개 지회는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에서 총 26차례에 걸쳐 약 5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회별 비리도 종합선물세트였다. 공동모금회 경기지회는 홍보대사를 일용직으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1000여만원을 편법으로 집행하는 등 총 3324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인천지회는 사랑의 온도탑을 매년 재활용하면서 새로 구입하는 것처럼 예산을 집행, 매년 1000여만원을 빼돌렸다. 부산지회는 직무 소홀 등 13가지 혐의로 중앙회로부터 면직 승인이 난 직원을 내부적으로는 징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원은 현재도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회는 공개채용 시험에서 탈락한 8명을 아무런 절차 없이 계약직원으로 특별채용했고, 이 가운데 4명은 정규직원으로 다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모금회는 전년도 모금 총액의 10% 범위 안에서 인건비나 운영비로 써왔는데 지난해에는 모두 3318억원을 모금했으며, 이 가운데 194억원을 운영비로 사용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공동모금회 조직 총괄 책임자인 박을종 사무총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공금횡령 등에 연루된 직원 2명은 검찰에 고발하고 부당 집행된 7억 5000여만원을 회수 조치토록 요구했다. 또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직원 48명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등 징계를,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관련자 113명에 대해서는 경고 및 주의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전체 직원 292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징계를 받게 되는 셈이다.
한편, 공동모금회의 윤병철 회장, 박을종 사무총장 등 이사회 전원이 사퇴했다. 윤 회장은 ‘대국민 사과 성명서’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0-11-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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