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어민 “생선 썩는데 피해보상 없다니…”

연평어민 “생선 썩는데 피해보상 없다니…”

입력 2010-12-07 00:00
수정 2010-12-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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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25분 연평도 서남쪽 해상 6.4㎞지점.

 북한의 포 사격 후 이날 두 번째로 조업을 나간 안강망 어선 삼성호가 바다 위에서 출렁이며 바람을 맞고 있었다.

 삼성호 너머 북쪽으로는 북한의 황해도 땅이 눈에 들어왔다.

 삼성호가 있는 곳부터 황해도 본섬까지는 약 16㎞,시속 20노트의 군 행정선으로 달리면 30분 만에 닿을 거리였다.

 삼성호 갑판 위에서는 서경원(32) 선장을 비롯한 선원 4명이 지난달 22∼23일 바다에 뿌려놓고 근 보름간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그물을 끌어올렸다.

 말이 ‘조업’이지,끌어올리는 그물마다 보름 동안 갇혀 썩어 문드러진 꽃게며 광어,새우,가재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물을 털어 갑판 위에 생선을 쏟아내니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혹시나 그 안에 쓸 만한 생선이 있는지 삽으로 이리저리 살폈지만 오히려 살이 물렁해진 생선의 썩은 살점만 떨어져 나갔다.

 서 선장이 그 틈에서 살아있는 꽃게 한 마리를 손으로 들어 올렸다.총 10개의 다리 중 5개만 몸통에 붙어 있었다.

 서 선장은 “꽃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다리를 놔버리는 습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원들은 죽은 생선 더미 위에 바닷물을 퍼올려 갑판 위 배수구로 흘려보냈다.

 갈매기 20여 마리가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삼성호는 이날 3시간 가까이 안강망 4틀을 들어 올렸는데 모두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정상 조업을 했더라면 하루에 최소 700만∼800만원에서 많게는 1천50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을 텐데 이날은 그대로 바다에 묻어버렸다.

 그나마 지난 5일 새로 뿌린 그물에서 광어 몇 마리와 갯가재가 잡혀 위안이 됐다.

 서 선장은 “그물에 고기가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다시 조업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라며 처음으로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놨다.

 서 선장은 “정부가 훼손된 어구 철거비용은 지원해준다던데 어획량 피해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100%는 아니더라도 일부 보상을 해줘야 하다못해 인건비라도 건질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호는 북한의 포격이 있기 바로 전 길이 85m의 안강망 13개를 설치해뒀다가 이번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조업이 통제돼 바다에 나가지 못했다.

 지난 2일 다행히 조업 통제는 해제됐지만 그 뒤로 날씨가 나빠져 지난 5일 간신히 첫 출어를 했다.그때도 4틀을 건져 올려 이날처럼 허망하게 그물만 털어내고 빈 배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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