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유출은 음해…비상연락망 빼내간듯”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는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과 중국 여성 덩○○(33)씨의 불륜 파문과 관련, “그 여자분은 상하이 당서기나 시장 같은 중국 고위층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만큼 친분이 있는 실력자로 알고 있고 실제로 4건의 어려운 민원을 들어주는 등 우리 공관 업무에 오랜 기간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그는 “하지만 작년 말 일부 영사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됐는데 타국에서 벌어진 일이고 남녀문제라 조사가 어렵다고 봐 관련 영사들을 서둘러 귀국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조기에 수습했다”고 해명했다.
2년9개월 간의 상하이총영사 생활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한 김 전 총영사는 이튿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덩씨에 대해 “개인적으론 인사 정도 하는 사이일 뿐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접촉 포인트는 영사들이었기 때문에 따로 만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덩씨와 단둘이 찍힌 세 장의 사진들과 자신의 것으로 확인한 개인 연락처가 뜻하지 않게 유출돼 오해를 사게 됐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유출된 두 장의 사진은 김 총영사가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덩씨의 어깨를 감싼 모습이고, 다른 한 장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촬영한 것으로 덩씨가 김 총영사와도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영사는 그러나 “사진 중 두 장은 작년 6월1일 이탈리아 국경절 행사 참석차 상하이 힐튼호텔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홀에서 인사하면서 찍은 것이고, 나머지 한 장은 작년 9월께로 기억하는데 공관 근처 밀레니엄호텔에서 프랑스 총영사와 면담을 하는데 인사하러 왔기에 찍은 사진”이라고 당시 정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공식 행사에서 이뤄진 의례적인 촬영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사진 원본은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 사진이 유출됐는지 알 수 없고, 덩씨의 정체에 대해서도 주소지 정도만 파악했을 뿐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영사는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 크기로 만든 ‘MB 선대위 비상연락망’과 ‘서울선대위 조직본부 비상연락망’ 등 5장가량의 연락처도 꺼내 보여줬다.
덩씨의 한국인 남편인 J(37)씨가 덩씨가 소지했던 것이라며 공개한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연락처가 담긴 사진파일과 일치했다.
김 전 총영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서울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만일 내가 (자료를) 유출했다면 잘 정리해서 주지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줬겠나. 나를 음해하려는 누군가가 상하이 관저에 침입해서 촬영해 유출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자료를 유출하고 중국 여성과의 사진까지 결부시켜 나를 모함하려 한 정황으로 볼 때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와 불화가 심했던 모 정보기관 인사가 배후일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덩씨의 한국인 남편 J씨에 대해서도 “신원이 불분명해 주장을 믿을 수 없다. 나를 모함하기 위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 전 총영사는 추적조사 결과 J씨의 주소지가 덩씨와 다른 점으로 볼 때 둘은 10년간 법률상 부부였다지만 ‘정략결혼’일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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