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가들, 北수용소 참상에 ‘절레절레’

인권활동가들, 北수용소 참상에 ‘절레절레’

입력 2011-03-16 00:00
수정 2011-03-16 05: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탈출자 “수감자들 죽어서도 쓰레기 취급”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겨울에는 땅이 얼어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지도 못한 채 창고에 쌓아뒀다가 봄에 시신이 다 녹아서 부패한 후에 삽과 들것으로 한꺼번에 퍼다 옮겨서 구덩이에 파묻습니다.”

악명높은 요덕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지난 2003년 탈북한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대외협력팀장은 15일 제네바 국제회의장(ICC)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회의’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죽어서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며 참상을 전했다.

중국에서 무역사업을 하다 남한 사람과 친분을 갖게 됐다는 이유로 1999년 7월 북한에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는 정 씨는 10개월 동안 손에 수갑을 채워서 거꾸로 매단 채 일주일씩 방치하는 ‘비둘기 고문’ 등을 10개월간 당한 뒤 15호 요덕수용소에 수용됐다.

정 씨는 “10개월간 갖은 고문을 당해서 몸무게가 75㎏에서 35㎏으로 빠졌다”며 “수용소에 가보니 고위직과 해외공관의 대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잡혀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200g씩 옥수수로 만든 식량을 배급받았는데 너무 배가 고파 파종기에는 옥수수 종자를 훔쳐먹기도 했고, 그러다가 잡히면 인분에 버무린 종자를 나누어 줘 심게 했는데 그것도 물에 씻어 먹었다”며 “인분이 묻은 날옥수수를 씹어먹다가 설사와 배탈을 일으켜 매년 종자 심는 기간에만 60~70명씩 죽어나갔다”고 증언했다.

또 “겨울철 벌목작업을 하면서 감시원들이 옥수수떡을 놓고 경쟁을 붙였는데, 수감자들이 그 떡을 먹겠다고 마구잡이로 나무를 아래로 굴려내리는 바람에 바위와 나무 사이에 끼어 죽은 사람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정 씨의 증언이 진행되는 동안 프리덤 하우스 등 20여 개 국제인권단체(NGO)와 각국 인권단체에서 온 150여 명의 활동가들은 “믿을 수 없는 참상”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날 정 씨와 함께 참석한 쿠바와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증언자들의 진술은 “북한에 비하면 차라리 ‘인간적인’ 수준이었다”고 한 참석자가 말했다.

한편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는 회의 기간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알리는 사진 및 그림 전시회를 열었고,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