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부장 매뉴얼 배포…생리적 배려·성희롱 방지 등 담아
신임 법관 중 여성의 비율이 과반을 넘는 등 여성들의 법조계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가 여성 배석판사들과 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안내서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라는 매뉴얼을 작성해 여성 배석판사 2명과 재판부를 구성한 남성 부장판사들에게 나눠 줬다. 남성 부장판사가 성별·세대 차 등을 고려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오해나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매뉴얼은 여성 판사의 신체를 훑어보거나 몸을 접촉하는 행위, 야한 농담 등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하면 안 된다고 적고 있다. 또 종교나 이성 교제, 결혼 여부 등에 관한 대화를 피하고, 여성 판사와 단둘이 사무실에 있을 때는 출입문을 열어 두라고 권했다.
또 재판은 여성 판사의 생리적 필요 등을 배려해 2시간 이상 지속하지 않아야 하며, 합의 시에는 여성 판사가 무거운 서류철을 들고 이동하는 일이 없도록 부장판사가 배석판사실로 직접 찾아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 회식은 술자리보다 공연이나 영화 관람 등으로 다양화하고, 여성 판사가 음주 후 택시로 귀가할 때는 차 번호를 적어 뒀다가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28일 임명한 신임 법관 81명 중 여성은 53명으로 65%에 달했고, 중앙지법의 경우 민사합의 및 항소재판부 45곳 중 7곳에서 여성 판사가 배석 2자리를 모두 맡고 있다. 법조계 역시 성희롱 논란이 없지 않은 곳으로, 지난해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후배 여성 검사에게 “뽀뽀하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법무부가 감찰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1-03-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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