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경위가 ‘제 발로’ 유치장 들어간 까닭은

高경위가 ‘제 발로’ 유치장 들어간 까닭은

입력 2011-03-30 00:00
수정 2011-03-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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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수사과 고유석(30) 경위. 그는 지난 19일 ‘죄 없이’ 유치장에 감금됐다. 앞서 오전 10시 40분. 그는 ‘제 발로’ 서울 수서경찰서 유치장을 찾았다. 담당 경찰관에게 입감의뢰 요청을 한 뒤 유치인 보호관과 신체검사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간이 신체검사’를 받았다. 통상 유치실에 들어가기 전에 죄질 등에 따라 옷을 전부 벗고 가운을 입은 뒤 신체 곳곳을 확인하는 ‘정밀 검사’나 속옷 상태에서 위험물 소지 등을 점검하는 ‘간이 검사’, 옷을 입은 채 소지품을 체크하는 ‘외표 검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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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1시 20분. 금속탐지기를 거친 뒤 곧장 유치실 3호실로 입감됐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혔다. 어두운 실내 조명과 쇠로 된 잠금장치 소리에 위축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답답하고 처량했다. 가림막이 설치된 변기에 앉기가 수치스러워 용변도 보지 못했다. 식사로 나온 단무지, 김치, 콩나물국, 쌀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를 닦은 뒤에는 오후 4시까지 20㎡가량의 유치실 내부를 서성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도대체 그는 왜 이곳에 와 있는 걸까?

이 이색 체험은 전국 유치장 개선방안의 하나로 마련됐다. 유치장의 대대적인 진화를 앞두고 실제 정책 입안자가 직접 불편한 점을 도출하기 위해 경험해 본 것이다. 이 경험은 고스란히 이번 개선안에 반영됐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경찰청의 ‘인권친화적 유치장 운영 개선 계획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고 경위처럼 신임 경찰관들이나 간부후보생 등도 이 같은 유치장 체험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이달까지 전국 경찰서 139개 유치장 시설 등도 전면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유치실 내부가 밝아진다. 침침하고 어두울수록 심리적 불안정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치실 조도를 200룩스(lx) 수준으로 밝게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자해를 막기 위해 날카로운 쇠창살도 둥근 안전창살로 교체한다. 문을 여닫을 때 마찰음이 심했던 출입문 쇠철봉도 소음 없는 자물쇠로 바꾸기로 했다. 또 유치장 1, 2층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해 보온·단열 효과도 높이기로 했다. 유치인 면회 절차도 개선된다. 면회인이 유치장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한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약도도 제공한다.

교육용 유치장도 생긴다. 경찰청은 경찰교육원이나 수사연구원에 올 하반기까지 유치장을 설치하고, 교육과정에 유치장 체험 프로그램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재섭 경찰청 수사과장은 “최대한 유치인 입장을 배려해 이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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