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조성된 우호분위기 깨버렸다’ 비판
일본 대지진 피해자를 도우려는 한국인의 모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를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모처럼 조성된 양국간 우호분위기를 깨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일본 대지진 피해자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구호단체들은 일단 지진 피해자를 위한 모금활동과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약 110억원을 모금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30일 “우리는 정치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민이 모아 준 돈을 잘 전달하겠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약 220억원을 모금한 대한적십자사 역시 모금운동이 순수한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하며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적십자사에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 기술한 교과서 검정을 발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뒤 일부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한 관계자가 전했다.
정대협이나 반크 등 일본의 과거 행적을 비판하고 역사 왜곡에 맞서온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채택하려 하는데 대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진 발생 닷새째인 16일 19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이어온 수요집회를 추모집회로 바꾸고 18일부터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한 정대협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안선미 정대협 기획팀장은 “이번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일본 정부가 하는 것을 보고 추모집회를 벌일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17일부터 한달 동안 새로 가입하는 회원의 가입비를 모두 지진 피해자 구호금을 내놓기로 한 외교사절단 반크 역시 일본 정부가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분위기를 깨버렸다고 비판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세계인에게 우리는 일본의 재앙에 평화의 손을 내민 것으로,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더 거친 반응이 쏟아졌다. 주한일본대사를 추방하라거나 당장 모금활동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모은 돈을 일본의 역사 왜곡을 막는 데 써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pa******’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 끌려간 우리 조상 2만명이 일본인에게 살해당했는데 이번에 일본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미 걷은 돈은 재일동포를 돕는 데 써야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원**’라는 누리꾼은 “일본의 얄팍한 꼼수를 아직도 모르나. 짝사랑도 유분수”라며 모금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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