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들이 정체성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입양인들이 정체성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입력 2011-05-31 00:00
수정 2011-05-3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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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스웨덴 세계한인입양인대회 여는 다니엘 리

“입양인들이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오는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다니엘 리(33·한국명 이남원)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최근 스톡홀름에서 만난 그는 미국 등 각지에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입양인이 4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입양 관련 국제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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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리
다니엘 리


올해 스웨덴 한인입양인협회장을 맡아 야심차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재정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 예산은 100만 스웨덴 크로나(SEK·약 1억 7000만원)이지만, 현재 확보한 재원은 15만 SEK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만나 지원을 부탁해 5000달러 정도는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지만 그 뒤로 답이 없다.”면서 “스웨덴 주재 한국 기업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입양인 이야기만 들어선 안돼”

그는 “한국 정부는 성공한 입양인의 이야기만 들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에 사는 일종의 ‘교포’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입양인의 성공 스토리만을 발굴해 홍보하려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미혼모와 입양아 지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 틈틈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회를 통해 ‘나는 (한국인과 스웨덴인) 둘 다인가, 아니면 그 어느 쪽도 아닌가’를 묻고자 한다.”면서 “이번 대회의 주제는 바로 ‘정체성’”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스톡홀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그는 “어릴 적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다 무술을 익혔다.”면서 “어린 마음이었지만 태권도가 한국과 자신을 잇는 끈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어디에 있어도 호랑이는 호랑이”

“숲속에 있어도, 동물원에 있어도 호랑이는 호랑이입니다. 한국에 있든, 스웨덴에 있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 한마디에는 30여년 전 자신을 버린 모국의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스톡홀름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1-05-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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