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4급 간부 공무원이 차명계좌를 통해 관련 업체로부터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무원은 이미 이달 중순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찰은 조만간 이 공무원의 계좌 추적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다른 공무원도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1일 국립축산과학원 소속 A과장이 2005년부터 4년여간 축산업 관련 업체로부터 부인 명의로 개설된 통장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8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과장은 최근까지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이 혐의와 관련된 감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직복무관리관실 측의 의뢰를 받아 수사를 시작했으며, A씨가 이미 (관리관실 측에) 돈을 받았다는 자술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과장이 부인 명의의 축협 차명계좌를 통해 최소 100만~1000만원까지 정기적으로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을 끝내야 확실한 혐의가 드러나겠지만 업체에서 받은 액수를 다 합치면 1억~2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A과장이 관련업체로부터 ‘축산환경개선제를 미생물제로 한정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내부 비리를 관리·감독해야 할 농진청 감사담당관실은 A과장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 일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A과장이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국장 공개 경쟁 승진을 신청했으나 결과가 나빴던 것으로 알고 있다. (비리와 관련된) 소문이 난 건 맞지만 경찰 수사가 끝나 봐야 징계를 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진청이 A과장을 사직시키는 선에서 뇌물 사건을 덮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축산과학원 관계자는 “A과장이 금품을 받았다고 알려졌을 당시의 직속 상사 가운데 한 명이 현 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이라면서 “그러나 장 원장이 A과장의 혐의는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과장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리 혐의와 관련, “개인적인 사정으로 돈을 빌린 것이었을 뿐 상납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6-01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