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부 핵심을 향한 검날이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청탁을 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또 다른 수석급 인사를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정치권에 앞서 청와대가 먼저 큰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측에서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내세워 청와대 수석급 K씨에게 퇴출 저지 등 구명 청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금융위원회를 넘어 청와대까지 사정 칼날을 겨눈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 완화 등 로비와 관련해 금감원, 감사원 수사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봤는데, 청와대 인사의 이름이 나오면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혀, 향후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권 실세도 사정권에 들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청와대 인사의 이름이 여럿 오르내리고 있다. 권 수석이 이 은행 고문 변호사이자 연수원 동기인 박종록 변호사로부터 구명 청탁 시도를 받은 사실<서울신문 5월 30일자 1, 3면>이 확인됐으며, 백용호 정책실장은 이 은행 계열사인 서울신용평가정보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14개월간 4500여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정진석 정무수석도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로 3년간 재직한 사실이 확인됐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청와대는 대검 중수부 수사를 지지하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저축은행 비리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강조한 상황이다. 이런 탓에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더구나 검찰은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장까지 구속시키며 성역 없는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원장은 앞서 구속된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과는 달리 검찰이 진술 외에 구체적 물증 확보는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원장이 구속돼 법원까지 검찰의 정·관계 수사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향후 정·관계 로비의 큰 축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씨가 검거될 경우 관련 수사는 지금보다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06-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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