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일선 대학들의 무모한 잇속 챙기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이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공교육 기관임을 망각하고 마치 기업처럼 재산을 불리다 결국 ‘반값 등록금 투쟁’이라는 역풍에 직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가열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역풍을 잠재우려면 대학들이 적립금을 푸는 등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이번 사태를 보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 사립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교육 기관임에도 그동안 사학들이 학교를 설립자 사유재산으로 여겨 족벌기업처럼 경영해 온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런 사학의 비율이 국내 대학의 87%에 이르다 보니 등록금도 전반적인 고액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것.
홍 교수는 “이 같은 기형적인 한국 사학의 문제를 선결하는 것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라면서 “지금 국민들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상당히 축적된 상태여서 저항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김 연구원은 “대학들이 상업적 논리에 매몰되면서 등록금을 대학 운영에 필요한 돈줄로 인식하다 보니 무리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이라면서 “학교 법인이 재산 활용도를 높여서 대학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반값 등록금 집회현장에서는 고액의 대학 입학금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입학금 문제는 대학생들보다 향후 대학에 입학할 고교생들 사이에서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배경 때문에 입학금 문제가 최근의 등록금집회를 확산시키는 또 다른 인화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1학년도 주요 사립대학 입학금 현황을 보면 고려대가 105만 9000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국대 104만 8000원, 한국외대 103만원, 연세대 101만 8000원 등이나 됐다.
문제는 이런 입학금이 따로 사용처마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 신입생들이 용처도 모른 채 등록금에 얹어 내는 덤터기인 셈이다. 대학들도 입학금을 “입학할 때 한 번 내면 돼 그만큼 저항이 적은 돈”으로 인식, 맘대로 인상시켜 받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규 등록금넷 조직팀장은 “입학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대학에서도 ‘입학금’ 명목으로 신입생에게 돈을 받아내는 사례가 없다.”면서 “최근 촉발된 시위는 반값 등록금 촉구와 함께 사립대의 입학금을 없애는 방향으로 확대되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06-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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