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2단계 구간 개통 7개월간 하루에 2건꼴로 고장
고속철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형 고속열차(KTX 산천)의 잦은 고장에 이어 지난해 11월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동대구~부산) 구간의 선로전환기에서 신호 불일치 등 장애가 잇따라 사용을 중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장애원인을 놓고 철도 운영주체인 코레일과 건설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입씨름만 하고 있다.
7일 코레일에 따르면 경부고속철 2단계 개통 후 5월까지 7개월간 선로전환기(76대)에서 신호·쇄정·밀착검지 불일치와 전환불량 및 파손 등 406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선로전환기는 열차 진로를 바꾸는 분기기를 돌려주는 장치로 열차탈선 등 안전과 직결된 핵심 설비다. 지난 2월 11일 발생한 광명역 KTX 산천 탈선 사고도 선로전환기에서 야기됐다.
고장이 잇따르자 코레일은 지난 3일 2단계 구간 신설역인 신경주역과 울산역에 설치된 본선(주행선) 선로전환기(8개) 사용을 중지하고, 부본선(정차선)으로만 열차를 운행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역에 정차하지 않는 열차가 300㎞가 아닌 170㎞로 주행하면서 운행시간이 약 2분 정도 지연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부득이하게 선로전환이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면서 “쇄정 전까지 두 역에서 41건의 장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잇단 선로전환기 장애문제에 대해 철도공단과 코레일은 정확한 원인규명을 하지 못한 채 갈등만 빚고 있다. 선로전환기(Hydrostar)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국내에서 사용 경험이 없다 보니 장애나 고장 발생시 원인 규명 및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도공단은 선로전환기 고장과 관련해 유압회로 변경, 오일보충 및 공기제거, 그리고 분기기 높이 조정과 청소 등 긴급 보수에 나섰다. 하지만 코레일은 “근본대책이 못 된다.”면서 “공단의 보완 조치 후에도 동일 고장이 반복되고 있어 안전을 위해 사용 중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교체’까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열차 지연을 선로전환기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두 기관은 오는 15일까지 보완조치 후 7월 29일까지 모니터링, 대책을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애원인 규명과 별도로 선로전환기 도입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300㎞ 운행 경험이 없는 제품이 선정됐다는 것.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시험선이 없어 독일에서 검증을 거쳤고 시공시 기술자가 참관해 확인했다.”면서 “선로전환기 국산화를 위해 국가연구개발과제로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11-06-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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