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달아난 경찰관을 해임한 것은 가혹하다며 이례적으로 해임처분 취소판결을 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지법 행정1부(고규정 부장판사)는 9일 부산 모 경찰서에서 경사로 근무하다 해임된 송모(43)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지난해 12월1일 오전 1시20분께 부산 남구 모 아파트 앞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26% 만취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주.정차 중이던 승용차와 택시를 잇따라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가 같은 해 12월7일 해임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로 전국 경찰에 비상근무가 발령되고, 각종 회식과 음주가 금지된 상황에서 음주사고까지 야기한 것은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임은 원고의 비위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음주사고로 인적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원고가 18년 이상 재직하면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데다 경찰청장 표창을 2번이나 받았으며 난치병을 앓는 아내와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 전지환 공보판사는 “이번 사건과 같은 유형에서 공직자의 해임처분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원고의 표창수여 경력과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