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간부 “등록금집회 자유 보호돼야”

현직 경찰간부 “등록금집회 자유 보호돼야”

입력 2011-06-09 00:00
수정 2011-06-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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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중요도 고려해야…점거ㆍ폭력도 안돼”



대학생과 시민단체 등이 10일 대규모 ‘반값 등록금’ 시위를 예고하고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시위 자제를 당부한 가운데 한 경찰 중견 간부가 경찰의 유연한 대응을 촉구하는 글을 써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A경정은 7일 자신의 블로그에 ‘반값 등록금 집회를 보는 경찰관의 심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경찰은 집회를 여는 이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지 판단해 그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경정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장을 하는 집회에서는 집회에 수반되는 불편에 대한 공동체의 수인한도는 더 높아진다”며 “즉 집회의 사회적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우월하므로 그것을 주장하고 항의할 자유는 한층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학 등록금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경찰이 사소한 법규 위반을 문제 삼아 집회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그런 경찰력 행사를 정당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획일적 잣대로 불법과 합법을 갈라 기계적으로 대응한다면 (경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에 대한 여론의 형성과 전달을 가로막는 결과를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이뿐 아니라 “더 중요한 문제는 언론이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을 중심으로 사안을 다루게 되면서 본질이 흐려진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소모적 갈등만 증폭되고, 문제를 해결할 권한도 책임도 없는 경찰이 모든 잘못을 뒤집어쓴다”고 그는 지적했다.

A경정은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집단적 항의와 주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일탈하면 안 된다”며 “지나치게 흥분해 광화문 네거리를 차지하고 앉는다거나 폭력 수단에 의지한다면 경찰력 투입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당부했다.

그간 블로그에서 수사권 독립 등 경찰 관련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 온 A경정은 “여러분의 고생이 반드시 결실을 보기 바랍니다. 그 결실은 말할 것도 없이 살인적 대학 등록금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이죠. 직업상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제 직업은 경찰관입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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