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와 문제점
내년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 여가가 늘어 주말에 가족끼리 다양한 체험학습이나 e러닝 등을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학습시간 감소에 따른 학력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저소득층은 경제적·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 계층 간 학력 불평등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또 주말에 학교 대신 학원에 가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은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의 보육 문제나 사교육비 부담 증가 같은 부작용이 커질 수 있어 좀 더 확실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3,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정아(38)씨는 “선진국처럼 직장과 학교에서 주5일제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주말 동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 것으로 보여 정서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식(45)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편부모나 맞벌이 부부, 저소득층의 경우 시간을 활용할 방법이 마땅찮아 계층 간에 위화감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과거 월 2회 주5일 수업제 실시 때 정부가 내놓은 대책과 판박이여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상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익명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2006년 격주로 ‘놀토’를 시행할 때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제기돼 학교 차원에서 주말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했지만, 자원하는 교사도, 신청하는 학생도 없어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장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학교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단기적 대책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초등학교 교사인 김현주(34)씨는 “토요일에 줄어든 수업시간이 많게는 9시간이나 되는데, 이를 평일로 돌리면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물론 교사들의 강의 부담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요일 휴무에 따른 수업 결손이 당장 학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빈부 격차에 따른 장기적인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경희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열 때문에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되더라도 급격한 학력 저하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의 경우 상대적인 교육 격차는 생길 수 있다.”면서 “학생이 방치되지 않도록 주말에도 학교 차원에서 아이를 보살필 수 있는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원가는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에 대해 즉각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초동 B종합학원 관계자는 “부모로서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추가 학원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주말반을 운영하지 않지만 인건비 등 상황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김소라·김진아기자
goseoul@seoul.co.kr
2011-06-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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