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마라톤’ 의혹 경찰수사..쟁점과 전망

’약물 마라톤’ 의혹 경찰수사..쟁점과 전망

입력 2011-06-17 00:00
수정 2011-06-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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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대상자 20~30명 순차적 조사…이렇다 할 물증 없어 ‘난항’ 예상



일부 마라톤 선수들이 기록 향상을 위해 금지 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국 체육계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경찰수사의 쟁점과 향후 전망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17일 마라톤 감독 정모(51)씨의 지도를 받고 있거나 받았던 도내 모 학교 선수들과 실업팀 전.현직 마라톤 선수 20~30여명을 다음 주 초까지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충북의 한 재활의학과의원에서 주사제를 투약받은 선수 4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출장조사를 벌였다”며 “이 중 일부는 빈혈 수치가 정상임에도 철분제를 투약받는 등 의심의 여지가 있어 다른 선수들의 진료기록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감독이 지도하는 선수들이 자주 치료를 받아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해당 재활의학과의원에서 경찰이 확보한 조혈제는 금지약물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2009년과 지난해 2차례 걸쳐 치료 목적으로 구입된 해당 조혈제가 어떠한 성분인지를 규명하고자 대한의사협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비록 선수들에게 투약된 철분제가 금지약물이 아니더라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는 경기 직전이나 경기 중 약물 투약을 금지한 이른바 ‘도핑 규정상 사용 금지 방법’을 위반해 해당 약물이 투약돼 실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더 나아가 철분제 투약과 도핑 과정에서 경기 단체의 묵인이나 공모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선수들에게 철분제를 투약한 시기와 경기 출전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고자 진료 기록 등을 압수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약물 마라톤’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는 이번 주를 고비로 다음 주 중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은 해당 철분제 투약이 사용금지 방법을 위반해 기록 향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재활의원에서 이뤄진 선수들을 상대로 한 철분제 처방 내역이 남아 있지 않고 이렇다 할 물증도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진료기록이 남아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진료시점과 경기 출전 시기의 상관관계 및 실제 경기 기록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국가 이미지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속한 수사를 통해 다음 주 중에는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재활의학과의원 의사는 “선수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철분제를 처방한 것은 사실”이라며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처방한 것이 이런 오해를 살 줄은 몰랐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빈혈 수치가 정상인 상태에서는 철분제를 아무리 투약해도 인체 매커니즘상 헤모글로빈 수치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의학적 상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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