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압 만나 빠른속도로 스쳐가 피해 적어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던 제5호 태풍 ‘메아리’(MEARI)가 27일 아침 북한 지역에 상륙한 뒤 소멸됐다.메아리는 당초 경기 서해안으로 상륙해 우리나라 내륙지방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26일 오전 군산 앞 해상을 지나면서 북서쪽으로 북상을 계속했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25일에는 평년과 달리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확장돼 있어, 메아리가 한반도를 관통해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26일 한반도 서쪽으로 이동해 버티고 서 있는 바람에 태풍이 서해상을 따라 북상했다.”고 분석했다. 진 국장은 이를 “드라마틱한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태풍은 이전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은 보통 장마가 끝난 뒤인 8~9월 한반도에 오는데 이번 태풍은 장마와 겹친 ‘6월 태풍’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기상청에 따르면 메아리는 1963년 ‘셜리’ 이후 48년 만에 한반도를 통과한 6월 태풍이다. 그렇지만 장마와 겹쳐 우리나라에 온 태풍은 메아리가 유일하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열대기단인 태풍과 온대기단인 장마가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기단이 달라 잘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장마와 겹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22~26일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제주 윗세오름 716.4㎜, 지리산 459.5㎜, 속리산 412.5㎜ 등 산간 지역엔 시간당 20㎜ 안팎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경북 예천 379㎜, 충북 보은 375㎜, 강원 태백 372.5㎜, 대전 364㎜ 등 내륙에도 많은 비를 뿌렸다. 정 분석관은 “태풍 메아리가 원래 예보대로 한반도를 관통했다면 장마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강풍과 폭우가 몰아쳐 엄청난 피해를 낼 뻔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휙 지나갔다’고 할 정도로 이동 속도가 빨랐다는 점이다. 26일 오전 6시 서귀포 서남서 쪽 200㎞ 해상에서 시속 70㎞로 북상하던 태풍이 오전 8시 목포 서쪽 약 180㎞ 해상에서는 시속 38㎞로 주춤했다. 하지만 9시 군산 서남서 쪽 약 230㎞ 해상에선 시속 54㎞, 10시엔 시속 67㎞로 속도가 붙었다. 태풍이 한반도 부근에서 시속 30~50㎞의 이동 속도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9월 발생해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 ‘곤파스’의 이동 속도는 최대 시속이 56㎞였다. 진 국장은 “메아리가 예상치 못한 상층의 저기압골을 만나 일순간에 놀라운 속도로 빨라져 해안 지역을 빠르게 지나가 피해가 그나마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동 속도가 느리면 태풍의 영향을 오래 받아 피해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7~9월 두 번 정도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1-06-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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