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경찰 “검찰 수사 지휘받은 사안 검찰이 뒤엎어”
충남경찰이 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혐의로 입건한 어민 98명에 대해 검찰이 전원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 양 기관은 이 사안이 검ㆍ경간 갈등 표출로 비쳐지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양 기관은 공식적으로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경찰 일부에서는 최근의 수사권 조정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29일 대전지검 홍성지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결정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간 갈등의 표출로 비쳐지는 데 대해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홍성지청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경찰이 수사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다시 한번 검증하는 통상적인 시스템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검찰의 존재 이유를 입증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 경찰이 보령시 직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잡고 수사를 하다가 성과가 없자 보조금을 받은 어민들을 수사 대상으로 확대한 사건으로 본다”면서 “결론적으로 어민들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엄중경고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담당 검사가 수사를 맡은 경찰의 팀장을 불러 수사경위를 듣고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들을 지적한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도 대외적으로는 “수사권 조정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수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건을 수사한 광역수사대는 반박자료를 통해 “서해 중부 해상에서 풍랑에 안강망이 유실된 것처럼 허위 신고해 보조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첩보에 의해 수사에 착수했고, 위법 사실이 드러난 98명을 입건했다”며 “마구잡이로 입건하거나 무리한 수사로 주민들을 범법자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피의자 설득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는 피의자에게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요구한 적은 있지만, 마치 허위 자백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것은 절대로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24일 담당 경찰이 홍성지청에 출석해 담당 검사와 수사 과정에 대해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고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즉 “당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법리 오해가 있었다. 어민들이 50% 이상 파손된 안강망 2틀을 유실 1틀로 신고해 보조금을 받은 것은 보조금 수령 요건에 해당한다’는 취지였고, 경찰은 ‘파손을 유실로 신고했을 경우 공무원의 실사 과정이 생략된 채 보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사실로 판단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사전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며 “수사권 조정 문제와는 연계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 조직 일부에서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 사안을 검찰이 다시 뒤엎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수사권 조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사안의 경우 검찰이 지난 1월 10일 어민들의 부정 보조금을 전액회수하고 전원 불구속하라고 수사지휘를 내렸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사전에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했고, 지휘에 따라 처벌했는데 무엇이 문제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시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진 이때 갑작스레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지휘를 못한 것 아니냐”며 “이런 사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어민들은 이번 검찰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모(36)씨는 “경찰에서 조사받을때는 이것이 큰 죄라고 인식을 못했고, 계속 불려다녀 짜증도 났었다”며 “인간적으로 서로 힘들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일정부문 시인했는데 보조금 9천만원을 다 내놓으라고 해서 검찰조사 때는 억울한 부분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경찰의 부실, 강압수사에 따른 것으로, 최근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어민들에게 통보했던 보조금 지급 결정 취소 처분을 거둬들여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월 보령시 인근 섬과 어촌의 어민 98명에 대해 풍랑으로 어망이 유실된 뒤 관할 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을 부당수령한 혐의(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검찰은 “어민들이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검찰에서 번복한 데다 보조금 지급 역시 정당한 요건에 해당된다”며 최근 98명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