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님은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드님은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입력 2011-07-01 00:00
수정 2011-07-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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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부모들에게 부대 생활상 담은 편지 보내는 김대홍 경위

“우리 애가 선임에게 구타를 당한 뒤 부대를 옮겨 걱정했는데, 사진으로나마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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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경위
김대홍 경위
전의경부대 안에서 벌어지는 구타·가혹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의경들의 생활상을 담은 편지를 매주 부모들에게 보내 근황을 알려주는 경찰관이 있어 화제다. 편지를 통해 의경들의 남모를 고민과 고충까지 해소되면서 부대 분위기가 한층 밝고 친화적으로 바뀌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얻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도봉경찰서 방범순찰대 3소대장 김대홍(36) 경위. 김 경위는 지난 2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대원들의 근황을 전하는 편지를 가정으로 보내고 있다.

김 경위가 바쁜 와중에도 직접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일부 경찰서에서 불거진 전의경 가혹행위 파문이 계기였다. 의경 출신으로, 의경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경위는 자식들을 걱정하는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대원-부모-지휘관 간에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편지였다. 대원들의 자는 모습, 밥 먹는 모습, 훈련받는 모습 등 일상 생활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을 찍어, 1주일치 식단표, 주간 일정과 함께 각 가정으로 편지로 보내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이를 ‘발자국 프로그램’이라고 이름 붙였다.

처음에는 대원들이 김 경위의 카메라를 낯설어했다. 편지를 받는 부모 등 가족들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대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대원과 가족들 사이에 부대 생활에 대한 소통과 이해가 이뤄지게 된 것. 3소대 강동훈(26) 대원은 “부모님께서 내 부대 생활을 잘 이해하셔서 외출 때 집에 가면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면서 밝게 웃었다. 또 대원들이 지휘관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충을 부모에게 털어놓고, 부모는 이를 지휘관에게 전달하는 등 부대 내 의사소통도 활발해졌다.

김 경위는 조만간 대원들이 거꾸로 지휘관들을 면담하며 지휘관들을 이해하도록 하는 ‘로꾸꺼 면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경위는 “대원들이 부대 생활을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첫걸음이 되도록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07-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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