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재단 설립기금 출연자의 유족과 재단이 설립자가 누구냐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주면서 30년 만에 설립자가 바뀔지 모를 상황이 됐다.
4일 학교법인 동덕여학단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1926년 재단 설립 당시 기금을 출연한 종신이사 고(故) 이석구의 손자 이원씨가 재단을 상대로 낸 설립자 기재 정정 소송에서 “설립자를 이석구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지난달 3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현재 설립자로 기재된) 고 조동식은 1926년 당시 법인의 학교장이었던 반면 이석구는 설립자 내지는 교주(校主)로 명명돼 왔고 법인 재산의 90% 이상을 형성한 점, 사망 후 법인 설립자로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훈장까지 받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법인 설립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할 것”이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법원은 재단과 소속 학교 서류 일체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재된 설립자 이름을 조동식에서 이석구로 고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건당 벌금 500만원을 원고 측에 지급하라고 재단에 명령했다.
조동식은 2003년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결과 비리가 드러나 사퇴한 조원영 전 총장의 조부다. 이석구의 유족 측은 “학교 홈페이지 등에 사실을 왜곡해 설립자를 조동식으로 기재한 것은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동덕여대는 조 전 총장이 물러나고 이듬해 정이사 체제를 거쳐 임시이사회가 들어섰으나 교수와 학생들은 “이사회가 구성원 의견을 무시하고 총장을 선임하는 등 독단적 행동을 하고 있다”며 반발, 학내 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유족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이원씨는 “1976년 조씨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할아버지에 관한 기록이 동덕여대 역사에서 삭제됐다”며 “법원 판결은 재단 설립에 크게 이바지한 할아버지의 업적을 인정한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상황이 아니다”며 “항소 여부는 이사진 의견을 취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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