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떴는데 금어기라니…충남 어민 속탄다

황금어장 떴는데 금어기라니…충남 어민 속탄다

입력 2011-07-22 00:00
수정 2011-07-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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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기 끝나도 금어기..수백억원대 멸치어장 놓쳐

”눈앞에 황금어장이 형성돼 있지만 잘못된 금어기 설정으로 멸치를 잡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지요”

21일 오후 충남의 최남단인 서천군 서면 마량항에서 만난 어민 김원배씨는 물항장에 정박해 있는 자신의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애꿎은 담배만 연방 피워대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들어 수온 상승 등 어장 환경변화로 서해에 새로운 멸치 어장이 형성됐지만 요즘 충남 해상에서는 세목망 사용금지 기간(7월 16일~8월 15일)을 정해 놓은 수산자원관리법(2003년 개정) 때문에 멸치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7시 30분께 마량항에서 어선을 타고 40여분 걸려 서쪽으로 8㎞쯤 위치한 고군산군도인 연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이 곳은 충남과 경계지역인 전북 해상으로, 어둠이 내리면서 불을 밝히고 멸치를 잡는 어선 수십척이 선단을 이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어선 2척이 한 조를 이뤄 그물로 어군을 둘러싸 투망하고 그물 밑의 죔줄을 조여서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후 그물을 걷어올리는 선망어업으로 멸치를 잡고 있었다.

전남·북 해상의 세목망 사용금지 기간(6월 16일-7월 16일)이 끝나면서 그동안 조업에 나서지 못했던 어선들이 앞다퉈 멸치잡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금어기가 풀린 이곳에서 만난 어민들은 “멸치잡이는 시작됐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다.

4월 초순부터 6월 하순까지 전남·북 해상에서 산란을 마친 멸치떼가 충남과 경기도 해상으로 조류를 타고 올라가면서 어군이 이 곳에는 별로 없고 대부분 충남지역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장 서헌석(충남 장항읍)씨는 “충남지역의 금어기가 해제되는 다음 달 중순부터는 멸치가 크게 자라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경기도 쪽으로 올라가서 충남지역 어선들이 먼거리까지 나가 조업을 해야 한다”며 “충남지역에서 금어기가 산란기에 맞춰 조정된다면 이달부터 한 달 동안 1만여t의 멸치를 잡아 500억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민들의 민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민들의 이같은 여론은 지난해에도 해당 지자체를 거쳐 도에 건의됐으나 전혀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지난달 보령지역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의 어민과의 현장 간담회에서도 제기됐다.

충남도 관계자는 “어장 환경이 변해서 조정해야 될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민들의 여론을 토대로 국립수산과학원의 검증 과정을 거쳐 금어기간이 바뀔 부분이 있다면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충남지역에서 멸치를 잡을 수 있는 세목망어선은 근해 선망 7척과 안강망 116척, 연안선망 41척 등 모두 160여척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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