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째려보는’ 드라마도 하나쯤 있어야”

“사회 ‘째려보는’ 드라마도 하나쯤 있어야”

입력 2011-08-14 00:00
수정 2011-08-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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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신의 퀴즈’ 작가 박재범

케이블 채널 OCN의 ‘신의 퀴즈’는 야심만만한 드라마다.

희귀병이라는 만만치 않은 소재에 과학 수사물의 표피를 더해 법의관 사무소의 의사들이 희귀병과 연관된 의문의 죽음을 추적, 사건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미국 드라마로 치면 ‘CSI’와 ‘하우스’를 합한 셈이다.

무모한 시도로까지 보이는 이 드라마는 작년 10월 첫선을 보인 뒤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마니아층을 끌어모았다. 시즌 1은 시청률 3%에 육박하는 인기를 끌었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지난 6월 시작된 시즌 2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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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퀴즈’ 박재범 작가
‘신의 퀴즈’ 박재범 작가


오는 26일 종영을 앞둔 시즌 2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초점을 맞추며 날선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 박재범(40)은 시즌 1,2에 걸쳐 야심찬 작업을 홀로 이어오고 있다.

최근 광장동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그는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즌 2의 주제는 한 마디로 ‘째려보자’였다”며 눈을 반짝일 때는 작가로서 욕심이 느껴졌다.

”시즌 1이 희귀병으로 대변되는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다룹니다. 한진우라는 밝고 명랑한 주인공이 인간과 사회의 폐부를 찔렀을 때 느낌이 어떨지 보고 싶었어요.”

작가의 의도는 주인공인 천재 의사 한진우(류덕환)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한진우는 사건 해결을 주도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비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이런 점에서 메시지를 너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재범 작가는 “직설적인 메시지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생각하고 쓴 겁니다. 생각보다 초중등생 팬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쉽게 풀어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얻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나 생활극 말고도 우리 같은 드라마 하나 있다고 비난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는 “청소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며 “선도 차원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생각해보자 하는 어른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희귀병과 과학수사 둘다 쉽지 않은 소재라는 말을 꺼내자 그는 “간이 부었었다. 지금도 힘들다”며 웃었다.

”욕심내서 시작한 겁니다. 원래 순수 메디컬물이었는데 형사물이 추가가 됐어요. 피를 토하더라도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했어요. 하다보니까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사전조사부터 만만치 않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넝마주이처럼 자료를 쓸어담는’ 과정이 이어졌다. 보조 작가와 둘이서 각종 전문자료를 뒤지고 전문의의 도움도 받았다. 그는 부검도 여러번 참관했다.

”희귀병 하나를 보면 그 병과 연관된 병이 3~4가지가 있어요. 찾아야 하는 자료도 그만큼 불어나죠. 인터넷 자료는 소용이 없어요. 의학지, 희귀병 관련협회 자료를 뒤져요. 실제 진단이 어려우면 드라마에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의사들의 진단 난이도와 극중 부검의들의 진단 난이도가 함께 가는 셈이죠.”

’신의 퀴즈’가 미드에 종종 비교되곤 하지만 그는 1970~80년대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이 ‘신의 퀴즈’에 더 가깝다고 했다.

”’CSI’는 굉장히 차갑고 테크닉 중심이에요. 반면 우리는 감정을 중요시하죠.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정이 많아서 이입을 잘해요. 드라마도 거기에 맞게 그릴 필요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수사반장’이 우리랑 가까워요. ‘수사반장’의 반장님은 냉정한 형사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 같잖아요. 범죄자들도 각기 사연이 있고 인간적이에요.”

’신의 퀴즈’의 재미는 흥미로운 소재 외에도 한진우의 캐릭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희귀병을 앓는 한진우는 위트가 넘치고 인간적이지만 내면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상처를 숨기고 있다.

박재범 작가는 한진우에 대해 ‘축복이 저주를 부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재능과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힘든거죠. 처음에는 일 외적인 분야는 귀찮아하는 30대 남자였는데 류덕환 씨가 어떠냐는 얘기를 듣고는 그 친구에 맞게 캐릭터를 바꿔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사실 진우의 말투에 제 말투도 들어가 있어요. ‘에헤~ 왜 이러시나’ 이거는 제 말투에요.”

배우 류덕환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촬영에 들어가면 아예 혈액이 바뀌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NG가 그대로 방송되는 경우도 많죠. 캐릭터를 자기화해서 잘 만들어내고 있어요. 제가 중구난방으로 내놓는 주문에 ‘알았어요, 해보죠’라고 대충 말하는데 방송을 보면 정확하게 표현해내요.”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는 시즌 1 첫 회에 등장했던 ‘흡혈귀병’ 포르피린증 환자 재석(김태우)을 꼽았다.

그는 “외롭고 단절된 인물이란 점에서 나 자신이 많이 이입됐다”며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데 병 때문에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 의도치 않은 상황에 몰리는 모습이 우리 인생 같았다”고 설명했다.

KBS 극본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드라마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어렸을 적부터 공포영화 팬이었다.

’이블 데드’ ‘엑소시스트’ ‘악마의 씨’와 같은 공포영화를 보며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시즌 4까지 에피소드를 확보했다는 그는 시즌 3를 한다면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악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존속살해나 근친상간처럼 최악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잘 모르는 인간의 모습을 건드려보고 싶어요. 아마 더 독해질 수 있을 겁니다. 정작 그런 사건의 관련자들은 그게 얼마나 나쁜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일들이 얼마나 나쁜 건지 그리고 싶어요.”

’신의 퀴즈’가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니아를 갖는 거 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분들한테 떡 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1년에 드라마 몇십편이 나오는데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게 기분 좋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자극제가 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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