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표 배부… 고3 수험생들 쉬운 외국어·어려운 언어에 ‘희비’

수능 성적표 배부… 고3 수험생들 쉬운 외국어·어려운 언어에 ‘희비’

입력 2011-12-01 00:00
수정 2011-12-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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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변별력 없어” 외고생 울상 “소신지원 물건너가” 지원전략 비상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30일 고3 수험생들의 교실 곳곳에서는 안도와 탄식이 교차했다.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들은 “가채점을 통해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다소 어려웠던 언어영역과 너무 쉬웠던 외국어영역에서 희비가 갈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적을 확인한 외고생들은 “쉬운 외국어영역 때문에 대책 없는 결과를 얻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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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어둡고…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표가 배부된 30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 3학년 교실의 상반된 풍경. 한 학생(왼쪽)은 밝은 표정인 반면 다른 학생은 심각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밝고…어둡고…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표가 배부된 30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 3학년 교실의 상반된 풍경. 한 학생(왼쪽)은 밝은 표정인 반면 다른 학생은 심각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고 3학년 교실에서는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럴 줄 알았어.”, “아, 어떡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학생은 성적을 확인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이 학교 조하영양은 “‘물수능’이라더니 전체적으로 너무 쉬워 한두 문제를 실수했을 뿐인데도 등급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수시 최저등급을 채우지 못한 과목이 있어 최저등급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의 발표를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학교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고에서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들 역시 허탈해했다. 실망한 듯 성적표를 덮어두고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 박모군은 “총점은 가채점 결과와 비슷한데 언어가 한 등급 떨어지고 수리는 한 등급 올라 어떻게 원서를 접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학교 강호진군은 “언어는 모의고사보다 점수가 떨어졌고, 외국어는 쉬웠지만 다들 잘봐서 표준점수가 제자리”라면서 “아무래도 재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군은 “한 문제 차이로 탐구영역이 2등급으로 내려갔다.”며 “수능성적으로만 상위 70%를 선발하는 우선선발 전형은 힘들어졌고, 논술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외고는 쉽게 출제된 외국어영역 때문에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김병활 한영외고 3학년부장은 “외국어 1등급 비율이 평소보다 6% 포인트 정도 떨어졌다.”면서 “평소 외고생들이 외국어에서 변별력 5점 정도를 벌었으나 이번에는 2점 정도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최모 대원외고 교사는 “수업시수가 일반고보다 적은 언어영역이 어렵게 나온 점도 외고생에게 불리한 조건”이라며 “동점자가 많아 내신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외고생들에게 힘겨운 수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능 변별력이 무뎌지면서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의 진학지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의도고 이모군은 “수리가 좀 어려웠는데 표준점수가 생각보다 크게 떨어졌다.”면서 “정시만 생각했는데 이젠 수시까지 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모 외고 3학년 김모양은 “수능 전에는 가군의 연세대·고려대 중 한 곳에 지원하려 했는데 변별력이 없어져 눈치작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주요 과목에서 2, 3등급을 받았다는 서울여고 정모양은 “아무래도 학과를 낮춰 지원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상곤(46) 서울여고 교사는 “일부 과목은 0.5점 차이로도 등급이 크게 떨어져 영역별로 신중하게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호·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2011-12-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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