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 라이터와 성인용품을 아무런 제재 없이 뽑을 수 있는 ‘인형뽑기’ 기계가 버젓이 설치돼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모(46)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들 방을 청소하다 책상 밑에서 낯 뜨거운 성인용품이 쏟아져 나왔다.
김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성인용품을 경품으로 내건 인형뽑기 기계가 유흥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다니는 통학로까지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뽑을 수 있다는 아들의 설명이었다.
책상 밑에서 나온 성인용품들은 하나같이 반라의 여성 사진 등 성인들이 보기에도 너무 외설적인 이미지들이 새겨진 종이상자에 포장돼 있었다.
김씨는 “안 그래도 아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부쩍 성에 대한 관심이 늘었는데 낯 뜨거운 이미지로 포장된 경품들은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자극시킬 수밖에 없다”며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성인용품들을 보고서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1990년대 말부터 거리에 등장한 인형뽑기 기계의 정식 명칭은 ‘크레인 게임기’이다. 불과 4~5년전 양주와 담배 등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물건과 살아있는 동물을 경품을 내걸다 사행성 조장에 동물학대라는 여론의 철퇴를 맞고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에 사라졌던 이 게임기가 라이터는 물론이고 각종 성인용품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물품까지 무차별적으로 경품으로 내걸고 서울 도심 번화가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편의점 앞.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남학생 3~4명이 크레인 게임기 주위를 둘러싸고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게임기는 1회에 1000원을 넣고 기다란 봉을 조작해 게임기 안에 일렬로 나열된 경품을 밀어내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게임기에는 ‘100% 당첨’이라는 문구와 운영업자의 전화번호가 내걸려 있었다.
게임기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인형뽑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형들은 온데갖데 없고 안전검사도 제대로 받지도 않은 다양한 문양의 중국산 라이터와 야한 속옷과 각종 성인용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박모(16)군이 1000원을 넣고 게임기를 조작해 끝이 납작한 봉을 들어 올려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라이터를 밀어내 배출구로 떨어뜨리자 주위의 친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박군과 친구들이 이 게임기에 쓰는 비용은 하루 평균 5000원 안 팎. 이들은 학원을 마치고 삼삼오오모여 원하는 라이터 등을 뽑기 위해 크레인 게임기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특히 운이 좋아 인기 만화 캐릭터나 독특한 문양의 새겨진 라이터, 신기한 성인용품들을 뽑을 경우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되팔기도 한단다.
박군은 “얼마 전 인기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라이터를 뽑아 친구에게 5000원을 주고 팔았다”며 “가끔 여성용 속옷이나 콘돔 등 성인용품을 뽑아 학교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게임기 운영업자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운영업자에게 “청소년에게 유해한 물품들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자 “단순하게 인형만 진열해 놓으면 장사가 안 된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단속을 당한 적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경품을 자기 돈 내고 자기가 원하는 경품을 뽑겠다는데 무슨 근거로 상관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김모(40·여)씨는 “청소년들도 다니는 길에 흔히 볼 수 있는 인형뽑기 게임기에 라이터와 성인용품이 경품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청소년들이 단 돈 1000원으로 별다른 제재 없이 라이터와 성인용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데도 관계당국은 도대체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크레인 게임기는 영업장 외부에 설치가 가능하고 전체이용가능 등급에 해당된다. 따라서 경품은 소비자가격 5000원 이내로 완구와 문구, 문화상품, 스포츠용품 등으로 종류가 제한돼 있다.·
이 같은 라이터와 성인용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관할구청인 서대문구청은 크레인 게임기는 신고나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또 실제 단속 권한이 있는 서대문경찰서는 불법 경품제공에 대한 단속은커녕 현황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인형뽑기 기계인줄만 알고 무심코 지나쳐 현황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되는 물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운영업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효현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청소년에게 하지 말라고 제한하기에 앞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관할 구청과 경찰이 그동안 관리·감독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행정기관을 비롯해 청소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유해환경으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과 성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물품이나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단속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단속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모(46)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들 방을 청소하다 책상 밑에서 낯 뜨거운 성인용품이 쏟아져 나왔다.
김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성인용품을 경품으로 내건 인형뽑기 기계가 유흥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다니는 통학로까지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뽑을 수 있다는 아들의 설명이었다.
책상 밑에서 나온 성인용품들은 하나같이 반라의 여성 사진 등 성인들이 보기에도 너무 외설적인 이미지들이 새겨진 종이상자에 포장돼 있었다.
김씨는 “안 그래도 아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부쩍 성에 대한 관심이 늘었는데 낯 뜨거운 이미지로 포장된 경품들은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자극시킬 수밖에 없다”며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성인용품들을 보고서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1990년대 말부터 거리에 등장한 인형뽑기 기계의 정식 명칭은 ‘크레인 게임기’이다. 불과 4~5년전 양주와 담배 등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물건과 살아있는 동물을 경품을 내걸다 사행성 조장에 동물학대라는 여론의 철퇴를 맞고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에 사라졌던 이 게임기가 라이터는 물론이고 각종 성인용품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물품까지 무차별적으로 경품으로 내걸고 서울 도심 번화가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편의점 앞.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남학생 3~4명이 크레인 게임기 주위를 둘러싸고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게임기는 1회에 1000원을 넣고 기다란 봉을 조작해 게임기 안에 일렬로 나열된 경품을 밀어내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게임기에는 ‘100% 당첨’이라는 문구와 운영업자의 전화번호가 내걸려 있었다.
게임기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인형뽑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형들은 온데갖데 없고 안전검사도 제대로 받지도 않은 다양한 문양의 중국산 라이터와 야한 속옷과 각종 성인용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박모(16)군이 1000원을 넣고 게임기를 조작해 끝이 납작한 봉을 들어 올려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라이터를 밀어내 배출구로 떨어뜨리자 주위의 친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박군과 친구들이 이 게임기에 쓰는 비용은 하루 평균 5000원 안 팎. 이들은 학원을 마치고 삼삼오오모여 원하는 라이터 등을 뽑기 위해 크레인 게임기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특히 운이 좋아 인기 만화 캐릭터나 독특한 문양의 새겨진 라이터, 신기한 성인용품들을 뽑을 경우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되팔기도 한단다.
박군은 “얼마 전 인기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라이터를 뽑아 친구에게 5000원을 주고 팔았다”며 “가끔 여성용 속옷이나 콘돔 등 성인용품을 뽑아 학교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게임기 운영업자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운영업자에게 “청소년에게 유해한 물품들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자 “단순하게 인형만 진열해 놓으면 장사가 안 된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단속을 당한 적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경품을 자기 돈 내고 자기가 원하는 경품을 뽑겠다는데 무슨 근거로 상관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김모(40·여)씨는 “청소년들도 다니는 길에 흔히 볼 수 있는 인형뽑기 게임기에 라이터와 성인용품이 경품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청소년들이 단 돈 1000원으로 별다른 제재 없이 라이터와 성인용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데도 관계당국은 도대체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크레인 게임기는 영업장 외부에 설치가 가능하고 전체이용가능 등급에 해당된다. 따라서 경품은 소비자가격 5000원 이내로 완구와 문구, 문화상품, 스포츠용품 등으로 종류가 제한돼 있다.·
이 같은 라이터와 성인용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관할구청인 서대문구청은 크레인 게임기는 신고나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또 실제 단속 권한이 있는 서대문경찰서는 불법 경품제공에 대한 단속은커녕 현황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인형뽑기 기계인줄만 알고 무심코 지나쳐 현황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되는 물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운영업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효현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청소년에게 하지 말라고 제한하기에 앞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관할 구청과 경찰이 그동안 관리·감독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행정기관을 비롯해 청소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유해환경으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과 성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물품이나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단속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단속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