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 부르고 싶다 소환 언제 잘되나” 질문 하루 수십건… 샤머니즘에 빠진 청소년들

“사령 부르고 싶다 소환 언제 잘되나” 질문 하루 수십건… 샤머니즘에 빠진 청소년들

입력 2012-05-04 00:00
수정 2012-05-0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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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使靈)을 소환한 지 18시간이 지났네요. 사령이 눈에 보입니다. 60㎝ 정도 되는 정자(精子) 모양이네요.”

“구자방(사령을 부르는 주문)을 보며 소환주문을 외웠더니 누가 제 다리를 만지는 것 같고 팔이 떨립니다. 소환에 성공한 건가요.” “사령에게 먹이는 언제 주면 되나요. 과자도 잘 먹나요.”

청소년들이 초자연적인 요술이나 주술·심령 예언에 빠져들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얘기가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부 청소년들이 현실과 괴리돼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한다.

인터넷 사령카페 회원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혼령을 소환하는 방법, 귀신 부르는 법, 체험 후기 등을 공유한다. 카페 안에는 ‘사령소환’, ‘사령일기’, ‘사령축제’, ‘마나(정신적 기운)무기’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넘친다. 회원들은 사령을 악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는 착한 영(靈)으로 받아들인다. 한 네티즌은 “일본어로 된 주문을 간절히 외우면 사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령 체험도 구체적이다.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손이나 입술 주변이 찌릿하거나 욕조에 물을 채워 들어가 3초 뒤 ‘풍덩’ 하는 소리를 들으면 소환에 성공했다는 증표라는 것이다. 사령을 목격했다는 증언부터 사령의 얼굴이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인증’하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사령을 소환하고 싶다. 방법을 알려 달라.”, “사령소환을 하면 정말 수명이 줄어드나. 소환은 언제 잘되는가.” 등의 질문이 하루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없는 두 가지 현상을 임의로 연관지어 맹목적으로 믿는 ‘주술적 사고’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 뒷목이 시원한 상황을 내 뒤에 귀신이 와 있다고 믿는 식이다. 또 청소년기에 미신, 텔레파시 등 기이한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인격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부 청소년들이 영화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는 마술학교가 실제로 있다고 믿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이런 심령, 주술 등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5-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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