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석면공장 인근 주민피해 배상 첫 판결

부산지법, 석면공장 인근 주민피해 배상 첫 판결

입력 2012-05-10 00:00
수정 2012-05-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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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공장 옆에 살다가 석면 악성중피종으로 숨진 사람의 유족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석면공장에서 일한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은 있었지만, 공장 주변 주민에게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권영문)는 10일 석면 공장인 제일화학 근처(현재의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 살다가 석면중피종으로 숨진 김모(사망 당시 44세)씨와 원모(사망 당시 74세)씨의 유족 등이 제일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들 유족에게 480만원에서 최고 3천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족들이 국가와 제일화학에 기술을 이전한 일본 N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석면공장에서 석면이 상당 정도로 공기 중에 날아다녔다는 점, 악성중피종의 원인의 80~90%가 석면인 점, 증언 등을 종합할 때 석면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개인적 체질과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해 60%로 책임을 한정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가에 대해선 “당시 석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없었고 입법 부작위로 인한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 기술이전 기업에 대해선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와 원씨의 유족 등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8년이다. 사망자들은 석면 방직공장인 연산동 제일화학 근처에서 살았다.

김씨는 2006년, 원씨는 2004년 석면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다. 제일화학은 1969년부터 1992년까지 이곳에서 가동을 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2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증 등의 병을 유발한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김씨 유족은 지난해 3월, 원씨 유족은 지난해 4월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석면 환경성 피해 인정을 받았다.

법원이 석면 기업의 피해 책임을 인정하면서 향후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에는 전국 석면 방직공장 14곳 중 9곳이 밀집해 있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석면 피해주민과 환경단체는 “주민 피해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와 이전 기업의 책임을 불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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