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한 30대女, 남편이 의사와 관계 의심하자…

유산한 30대女, 남편이 의사와 관계 의심하자…

입력 2012-05-15 00:00
수정 201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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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속인 남편 기망행위… 혼인 취소”

2년 동안 함께 생활한 남편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부인의 처지에 대해 법원은 거짓말한 남편의 ‘기망 행위’를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A(30·여)씨는 남편 B(40)씨와 2007년 12월 결혼했다. B씨는 10대 때부터 정신분열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정신분열증으로 고교를 휴학하다 검정고시로 마쳤다. 군대는 면제받았다. 그러나 B씨는 ‘두통이 너무 심해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군대는 시력 때문에 면제됐다.’고 둘러댔다.

B씨의 남다른 행동은 결혼 뒤 드러났다. B씨는 공부와 일에만 몰두했다. 대화나 부부관계를 거의 갖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이 정해 놓은 순서와 방식을 그대로 따를 것을 강요했다. A씨가 여자 동창들과 여행을 갔을 때 ‘오후 6시 이후 외출하지 말 것, 30분마다 전화로 보고할 것, 여행 시 입을 옷을 검사받을 것, 여행 중 찍은 사진을 모두 검사받을 것’을 조건으로 허락하는 등 유별나게 굴었다. A씨를 사사건건 통제, 감시했다. B씨는 A씨가 유산을 하자 폭언을 하면서 담당 의사와의 관계를 의심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집을 나와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의 비정상적 생활태도를 의심하던 A씨는 소송을 준비하면서 B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김귀옥)는 “남편 B씨의 정신분열증은 혼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아내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14일 밝혔다. 위자료에 대해서는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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