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자사고] (하)위기타개 어떻게

[기로에 선 자사고] (하)위기타개 어떻게

입력 2012-10-04 00:00
수정 2012-10-0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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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보다 ‘적성’ 위주로… 운영 자율권 줘야

도입 3년차인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성공과 실패를 놓고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지만 하나로 일치되는 대목이 있다. 현 상태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사고 운영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상당수 자사고가 다양한 교육을 실현한다는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의 교과과정 운영과 높은 등록금 등 여러 가지 병폐를 드러내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다양화·특성화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과’가 아닌 ‘적성’ 위주의 자율적 운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사고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가운데 교과 이수단위의 50% 이상만 편성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많은 자율권을 부여받은 자사고는 현행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넘어선 전인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새로운 학교 교육의 모델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 “자사고가 기존의 특목고나 국제고처럼 대학입시에 유리한 학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 감소와 수시 위주의 대입전형 변화에 따라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선발인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사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요 조사 등 철저한 검증 없이 학교를 승인하면서 신입생 미달사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현재 서울지역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11만명 정도인데 서울에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 입학 정원이 1만 1000명”이라며 “학생 10명 중 1명은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로 정원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수를 줄이되 자율권은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애초에 지원할 학생들의 숫자가 적은 곳까지 자사고를 배치한 것이 문제”라면서 “지원자 규모에 맞게 자사고의 수를 조정하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충분히 주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측도 할 말은 많다.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있지만 정작 학생선발권을 주지 않아 허울뿐인 자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민족사관고 등 과거 ‘자립형 사립고’로 인가받았던 6개 자사고는 현재도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자사고는 거주지역 내에서만 지원자를 받아 추첨으로 신입생을 가린다.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를 빚은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수업시간 등 학교 운영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일일이 간섭하는 반면 자사고라는 이유로 지원은 전혀 없다.”면서 “재단에서 전입금으로 해마다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원하는 학생을 뽑을 권한도 없어 애초의 자율성 확대라는 취지가 훼손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제 막 편제가 완성된 상황에서 나타난 초창기의 시행착오는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일부 학교들이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인 상황은 더 나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0-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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